라인야후 임원 보수 삭감 등 비상 대처 나서
"민감한 메신저 앱 韓 기업 운영 맞나" 지적
외교·정치적 배경 맞물리면 사태 커질 수도
라인·웹툰 등 주력 日 사업 제동 걸릴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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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이 거론되는 라인(LINE)야후에 대해 '주요 주주'인 네이버의 의존도를 낮추라고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의 이례적인 압박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기업 제재 이슈가 아닌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면 네이버의 일본 사업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교도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라인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및 거래처 정보를 대량 유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라인야후에 대해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행정 지도를 시행했다. 네이버-소프트뱅크가 동등한 영향력을 가진 현재의 자본관계를 소프트뱅크가 더 깊이 관여하는 형태로 바꾸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성은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배경에 한국 대기업 네이버의 업무 위탁처 관리, 감시가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네이버에 대한 ‘강한 의존 관계’가 정보 유출의 가장 큰 요인이라 보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행정지도 방식으로 특정 기업의 자본관계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0월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합작사 A홀딩스 산하 Z홀딩스 자회사 야후재팬과 라인이 합병해 출범했다. A홀딩스는 라인야후에 64.4%를 출자하고 있다. A홀딩스에는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각각 50%씩 출자하고 있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5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철저한 재발방지, 이용자 이익의 확실한 확보를 엄격하게 요구하겠다"며 "개선이 보이지 않아 비슷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에는 보다 강한 조치도 염두에 두고 감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라인야후의 경영진은 대응책을 발표하며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네이버 출신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은 각각 기본 보수의 30%를 3개월 간, 가와베 겐타로 회장은 30%를 1개월 간 반납하기로 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일본 정부의 이례적 압박의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단순히 ‘사이버 보안’ 관련한 제제 이상이라면 향후 네이버의 해외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라인은 일본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메신저 앱으로, 정부 간부 및 행정 업무에서도 쓰인다. 글로벌 서비스고, 일본 내에서는 ‘국민 메신저앱’으로 자리잡으면서 소비자들이 ‘어느 나라 기업이 운영하는지’를 신경쓰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이다. 야후재팬이 소프트뱅크의 손자회사다 보니 어느 정도 용인된 면도 있었다.
다만 민감한 정보가 오가는 서비스를 한국 대기업이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견은 이전에도 일본 내부에서 있어 왔다. 일본 정부가 ‘경제 안보’를 이유로 ‘한국 대기업’인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배력을 낮추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안보’를 신경쓰는 일부 집단이 '여론몰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라인과 관련해 한국 이슈에 대해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 있고, 특히 극우 인사들 등 일부 정치세력은 라인에 네이버 지분이 들어있는 것을 내키지 않아하는 분위기”라며 “최대 지분은 야후재팬이 들고 있으니 정확히는 일본이 소유권을 갖고 있는거지만 이번 압박은 사실상 ‘한국 색을 지우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네이버 입장에서는 일본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원치 않게 지분을 줄여야 한다면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비즈니스 문제다보니 야후재팬에서 일본 정부의 스탠스를 활용해 전략을 짤 수도 있는 등 후속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는 투자자 IR(기업설명회)에서도 라인야후 관련해 언급하는 것을 꺼려왔다고 전해진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네이버와 야후재팬 모두와 접촉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서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부담스러울 수 있다. 라인이 해외 핵심 사업이지만, 한국 네이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부분을 굳이 어필하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해왔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네이버는 보다 신중한 움직임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사업, 특히 성과 좋은 일본 사업에 차질이 갈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만약 실제 지분을 줄여야 해도, 라인의 일본 Z홀딩스 경영통합 이후 라인의 손익은 회사의 연결 실적에서 제외돼 재무적인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네이버가 실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곳은 일본이 첫 손이라 파장이 적지 않을 수 있다. 네이버 크림(KREAM)은 작년 일본 최대 한정판 플랫폼 소다와 합병을 결정했고, 일본 만화 시장에서도 라인망가가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이번 압박이 단순히 기업의 사고에 대한 질책 성격이 아니라 일본의 외교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반도체 등 주요 산업 영역에서 수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와 WD(미국 웨스턴디지털)간 합병 협상은 SK하이닉스의 반대로 결렬됐다. 이후 오는 4월 두 기업 간 합병 협상 재개를 앞두고 SK하이닉스를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부분들이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에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와 WD 합병 관련 한국 정부의 압박을 받았다는 일본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