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집중, 인도는 육성, 중국은 재시동…현대차 해외사업 열쇠 쥔 키맨들
입력 2024.03.19 07:00
    제 1시장 북미, 호세 무뇨스 사장 담당
    지난해 사내이사 오르며 글로벌 사업 총괄
    대통령실 및 외교부 관료 영입, 대관 강화 움직임
    중국 재건에 다시 힘 싣는 현대차
    인도와 브라질, 인도네시아에 거는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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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의 해외사업 전략은 빠르게 다시 쓰여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대외 변수로 인한 사업적 부침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력과 비주력 지역을 구분하고, 집중하는 시장에 핵심 인사를 배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 현대차의 주력 시장이 될 미국 시장에서 정치적 해법을 찾기 위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사상 처음으로 전세계 판매량은 3위에 오른데 이어 지난해에도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다음으로 많은 판매량(약 730만대)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금액만 약 5조2000억원 전년에 비해 순이익이 절반 이상 급증했다. 미국 시장이 압도적인 수익을 기록했고, 인도와 체코 및 튀르키예 등의 순으로 기여도가 높았다.

      현대차 글로벌 사업의 핵심은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이다. 

      현대차는 2019년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퇴진하자 닛산 전사성과총괄(GPO)을 담당하던 호세 무뇨스 사장을 재빠르게 사장으로 영입했다. 대우자동차 이베리아 법인의 딜러 네트워크 담당으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호세 무뇨스 사장은 지난 2022년부터는 현대차의 북미는 물론 유럽과 인도·중동·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사업을 사실상 총괄하는 인물이 됐다. 지난해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정의선 회장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미국 시장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집중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호세 무뇨스 사장에 대한 주목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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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까지 해외 대관 업무는 호세 무뇨스 사장이 전담해 왔다. 그러나 현대차는 최근 기존 전략기획실 산하 조직이었던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로 격상하고 윤석열 정부 초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김일범 부사장을 영입해 해외 대관 업무를 맡겼다. 또한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까지 영입하며 해외 네트워크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의 해외 대관 업무의 라인업은 성 김(Sung Y. Kim) 전 주한 미국대사(現 자문역),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現 부사장), 우정엽 전 외교전략기획관(現 전무), 김동조 전 청와대 외신대변인(現 상무) 등으로 갖춰진 상태다.

      지정학적, 정치적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졌다.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 합작법인 베이징현대(BHMC)는 지난해 약 1조원의 손실을 봤고 지난 5년간 4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제 1공장과 지난해엔 충칭 공장까지 팔면서 몸집을 줄여나가는 가운데 판매가 조금씩 늘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어떠한 완성차 업체도 버릴 수 만은 없는 시장인데 이는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한 때는 부회장(권문식 부회장)급 조직이었던 중국 사업은 현재 오익균 부사장(북경현대기차유한공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오 부사장은 러시아와 튀르키에, 영국 등 해외법인 근무만 2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은 이혁준 전무이다. 중국지주사(HMGC) 법인장 겸 중국 상용과 수소부문을 담당하는 이혁준 전무는 이광국 전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나자 중국 사업을 사실상 도맡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러시아 사업은 힘이 빠졌다. 오익균 부사장이 중국으로 자리를 옮긴 후 주수천 상무가 현재 러시아권역 본부장 겸 러시아 공장(HMMR)법인장을 맡고 있다.

      2010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어진 러시아 공장(HMMR)은 현대차의 6번째 생산 거점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생산기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완성차 기업들에 그 여파가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현대차는 해당 법인 지분을 지난해 말 1만루블(약 14만원)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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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러시아를 대신해 현대차가 향하는 곳은 인도 시장이다. 인도는 급격한 인구 증가에 힘입어 생산량과 판매량이 함께 늘어나고 있는 시장으로, 현대차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거점 중 하나다.

      현재 인도권역은 김언수 부사장(인도아중동대권역장 겸 인도권역 본부장)이 담당하고 있다. 김언수 부사장은 현대차 사업운영전략부장과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직을 맡았고 2021년 인도법인장으로 선임됐다. 인도시장은 정의선 회장이 직접 방문해 전기차 시장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단 의지를 내비친 곳으로, 현대차는 현재 현지 법인의 상장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총괄하는 인사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는 평가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주목하는 곳은 브라질 시장이다. 브라질엔 그룹의 유일한 생산거점인 브라질법인과 중남미권역본부가 있다. 브라질은 공격적인 전기차 보조금 혜택 정책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데 현대차 또한 조 단위 투자를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엔 정의선 회장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과 면담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재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권역은 호세무뇨스 사장과 같은 닛산 출신인 에어튼 쿠소(Airton Cousseau) 사장이 맡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일본 기업들의 텃밭이자 현대차엔 개척하지 못한 시장 중 하나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는 국가 중 하나로, 현대차가 아시아 생산 거점 중 한 곳으로 낙점한 지역이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2022년 부임한 주우천 상무가 담당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2022년엔 35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817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아직 현대차의 핵심 생산기지로써 자리잡기까진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동남아시아는 일본 기업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펼쳐야 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주요 국가들의 판매 및 마케팅 전략에 주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단 평가가 나오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