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부코핀 대출채권 털어내기 '안간힘'…연체율 관리·흑자전환은 과제
입력 2024.03.19 07:00
    부코핀은행, 손실규모 1년만에 60% 이상 줄여
    전산시스템 구축 및 사명변경으로 쇄신 꾀해
    다만 연체율 관리 및 대출채권 회수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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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KB금융지주가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부코핀은행 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작년 한 해 부실채권 규모를 대폭 줄이며 2025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대출채권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사명 변경 등을 통해 내적 및 외적 쇄신도 힘쓰고 있다. 

      다만 실제 흑자전환 시기까지는 여전히 지주 차원에서 감내할 부분이 많다는 의견이다. 당장 대출연체 관리, 부실채권 회수 등 현지법인이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국민은행 2023년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KB부코핀은행 순손실은 2612억원으로 전년 기준 8020억원에서 약 67.4% 감소했다. 부코핀은 그간 대출채권 매각 관련 SPC(특수목적법인)를 만드는 등 부실채권 관리에 힘써왔다. 

      국민은행은 작년 상반기 대출채권 매각을 위해 두 곳 SPC를 조성했다. 이 가운데 IDMB UNITED PTE.LTD. 손실은 전년 344억원에서 43억원으로 줄었다. 작년 조성된 SMMK PTE.LTD. 손실규모는 약 882억원이다. 

      부코핀은행은 2025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부실채권 규모를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동시에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사명 변경 등을 통해 구조적 쇄신을 꾀하고 있다. 부코핀은행은 지난 4일 브랜드명과 로고를 ‘KB뱅크’로 바꾸고 이에 발맞춰 모바일 기반 신용 여신 상품도 새롭게 개발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완료를 앞두고 있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을 통해 중소기업 및 소매금융 부문을 강화할 계획도 세워뒀다. 

      KB금융에 부코핀은행은 오래된 '아픈 손가락'이다. 수년간 이어져온 부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작년에는 지주 재무총괄책임자(CFO)로 있던 서영호 부사장을 지주 해외사업 총괄로 발탁했다. 앞서 2022년 KB금융 내 IT전문가로 꼽히는 이우열 전 전략총괄부사장(CSO)를 부코핀은행장으로 보낸 데 이은 인사다.  

      결국 부코핀은행 정상화를 위해 파견된 KB금융 임원들로서는 흑자전환이라는 목표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동남아시아 내 상이한 금융시스템 특성을 감안할 때 부실채권 및 연체율 관리는 여전한 과제라는 의견이다.

      부코핀은행을 비롯,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은행들은 국내와 다른 현지인들의 대출 개념을 근본적인 리스크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동남아시아의 미성숙한 금융시스템을 부코핀은행 관련 모니터링 요인으로 평가한 바 있다. 부코핀은행은 올해부터 소액대출 강화에도 힘쓰고 있는데, 이에 따른 연체율 관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대출채권 회수 과정에서 불거진 현지업체와 소송전 역시 부코핀은행로서는 ‘발등의 불’이다. 지난 2019년 부코핀은행은 대출 차주 가운데 부실회사인 TMJ에 담보권 실행을 하기 위해 해당 회사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경매에 내놨다. 또 다른 현지회사인 NKLI가 해당 주식을 낙찰받았고, 이 과정에서 부코핀은행은 대출을 내줬다.

      하지만 NKLI가 해당 주식 매입을 토대로 진행하려던 사업이 차질을 빚자 부코핀은행의 대출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며 해당 과정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부코핀은행은 현지 로펌을 선임해 1심을 진행중이다. 

      한 시중은행 글로벌 담당 임원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국내 은행들이 많이 진출해있지만 연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신용에 대한 개념이 국내와 다른 데다 담보권을 실행하는 데에도 행정 절차상 시일이 많이 걸려 부실채권 회수까지 한참 기다려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부코핀은행 실적이 KB금융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관련 리스크요인이 시장에 알려진 데다, 금융지주 글로벌 사업 확장의 필요성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KB금융 부코핀은행 부실이 국민은행에 전이되는 구조이긴 하지만, 현재 대출채권 매각이 이뤄지고 있어 전액 손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그간 KB금융지주가 조단위 유상증자 등 부코핀은행 정상화에 힘썼는데 추가적인 위험요인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