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열풍에 서울보증보험 상장 재추진...'달라진 게 없다'는 증권가
입력 2024.03.20 07:00
    공자위, 서울보증보험 상장 재추진하기로 결정
    공모주 열풍에 기대?…기관들 "사업성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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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추진하다 철회한 SGI서울보증보험(이하 서울보증보험)이 다시 공모 준비에 나선다. 최근 다시 일고 있는 공모주 열풍을 활용해 공적자금 회수에 나서려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의 뜻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상장 추진 당시 공모주 투자심리 위축과 더불어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 차이가 실패의 원인이라는 평가가 많다. 공적자금 회수라는 명분으로 인해 일정부분 공모가에 허들이 있는만큼, 시장 상황이 좋더라도 마냥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19일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는 서울보증보험 상장 관련 회의를 통해 상장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초 서울보증보험이 금융감독원에 지정감사인을 신청하면서 상장 재추진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다. 

      2025년 상반기 내 상장을 목표로 한다. 예금보험공사는 보유한 서울보증보험 지분 93.85% 중, 전체 발행 주식의 10% 이상을 IPO를 통해 매각(구주매출)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주관사와의 계약은 유지한다. 서울보증보험은 상장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선정한 바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해 10월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보단 낮은 금액에 주문을 넣으면서 흥행에 실패한 탓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에 기업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웠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최근 공모주 열풍이 다시금 불고있는 것이 서울보증보험 상장 재추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일반청약을 진행했던 자동차 부품업체 삼현과 로봇기업 엔젤로보틱스에 각각 12조원, 9조원 수준의 증거금이 몰리는 등 공모주 청약을 차익실현 기회로 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과열되진 했지만, 서울보증보험의 사업구조나 실적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기관들은 기술기업이 아닌, 손해보험사에 가까운 사업구조를 보유한 서울보증보험에 대해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지 여부는 의문이라는 평가다. 공모주 열풍 또한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해 서울보증보험이 내놓은 희망공모가(3만9500원~5만1800원) 기준 시가총액은 최대 3조6000만원 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산정된 공모가가 높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국내 보증보험 독점 기업인 탓에, 피어그룹(비교기업) 선정이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보증보험은 비교기업에 삼성화재해상보험, DB손해보험, 프랑스 보험사인 코파스(Coface), 미국 보험사 트래블러스(The Travelers Companie) 등 보험사를 선정했다. 해당 기업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을 0.95배로 계산해 적용했다. 당시 시가총액이 50조원에 달했던 트레블러스를 포함시킨 데 몸값을 높이기 위해 포함시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업적 한계로 투자매력이 그리 크진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서울보증보험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주관사를 동시에 맡고 있던 미래에셋증권은, 기관들로 하여금 서울보증보험 수요예측에 적극 참여할 경우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공모물량 배정 시 우대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기관들은 서울보증보험 공모주 청약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IR이 진행된 이후 2차전지주 테마로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일부 기관들이 서울보증보험 공모주 청약을 중도 포기했다. 공모 청약 우선순위에서 밀린 모양새다.

      최대주주(공모 후 지분 83%)인 예금보험공사가 향후 물량을 시장에 대량 출회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공자위는 일찍이 '서울보증보험 지분 매각 추진 계획'을 심의·의결하고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보유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상장을 철회한 기업들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배경으로 시장 투심을 꼽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사업적 한계든 오버행 우려든 달라진 것이 없는데 공모주 열풍을 타고 상장을 완주할 수 있다는 판단이 올해 말까지 유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