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뒀지만 업계에서 크게 회자되지 않아
회장 선임 등 이슈 없고 법적 분쟁도 일부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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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매년 국내 주요 금융지주 신경전을 벌여오던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기세가 올해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여전히 일부 사외이사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개진했지만, 신경쓰는 주주들은 드물다.
지주 회장 변경이나 법적 분쟁 등 민감하고 굵직한 이슈들이 어느정도 지나간데다, 금융당국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두고 전방위 압박을 행사하고 있어 이들 자문사의 영향력이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자문사들이 속속 사외이사 선임 건과 관련한 의견을 내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올해도 일부 사외이사진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경우 조용병 전 회장 연임 당시 관여한 사외이사들이, 하나금융의 경우 함영주 회장을 회장 후보로 추천했던 당시 임추위 관련 사외이사들이 ISS 등으로부터 선임 반대 권고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난해 반대를 권고했던 것과 동일한 논리"라고 말했다.
ISS는 신한금융 지배구조 및 위험관리를 두고 지난 5년간 사외이사진의 책임을 물어오고 있다. 조 전 회장의 채용비리 관련 사법리스크와 라임펀드 사태 등을 계기로 이 같은 반대의사 표시가 시작됐다. ISS의 ‘한국 의결권 지침서(Korea Proxy Voting Guidelines)’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가 민형사상 법률 문제를 안고 있으면 원칙적으로 연임에 반대하도록 되어 있다.
비슷한 이유로 ISS는 지난 2022년 회장 후보로 오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두고 ‘사법리스크’를 이유로 반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관련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은 데다 채용비리 재판 등으로 경영공백에 대한 리스크가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해만 해도 ISS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사외이사 선임 반대 권고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올해엔 이 같은 파급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문제가 됐던 회장 선임 이슈들이 어느정도 마무리 된 데다 기존 사외이사진들 가운데 임기 만료로 교체된 이사들도 적지 않아 기류가 바뀌었다는 평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조 전 회장은 이미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으로 수장이 바뀌었고, 진 회장은작년 3월 ISS로부터 선임 ‘찬성’을 받은 바 있다. 함 회장 역시 얼마 전 DLF 중징계 취소 소송 2심에서 승소하면서 경영공백 리스크를 일부 해소한 상태다.
국내 기관들의 주주권 행사 지표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움직임도 지난해와 달라졌다. 국민연금은 최근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 재선임 건과 관련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엔 ISS와 마찬가지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 의사를 내보인 바 있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와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에 더해 금융지주 역시 이사회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추천했다. 하나금융이 주영섭 전 관세청장, 이재술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 등 총 4명을 추천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신한금융 역시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와 송성주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를 새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그간 ISS나 국민연금은 조 전 회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진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 의사를 내보였다. 즉, 신임 사외이사의 선임 건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냈을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지주를 향해 지배구조 모범기준이나 책무구조도 등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사회 독립성이나 관리 및 감독 강화 추세를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의결권 자문사들이 계속해서 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반대를 내비치기에도 투자업계의 시선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최근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사진들도) 누구의 책임인지가 더욱 명확해지는 차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올해 사외이사 교체폭이 예상보다 커진 배경 중 하나로 의결권 자문사들의 기계적인 반대 권고를 피하려는 이유가 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