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대결 앞둔 한미약품 임종윤, 국민연금에 ‘올바른 결정’ 호소…여론전 본격화
입력 2024.03.21 15:06
    임종윤 사장 측, 다음주 주총 앞두고 기자간담회
    "한미-OCI 통합, 제도적·법률적 정밀 검토 필요"
    "1조원 이상 투자 유치해 기업가치 제고할 것"
    의결권 자문사도 '찬반' 엇갈려…주주 표심은?
    • (사진=인베스트조선) 이미지 크게보기
      (사진=인베스트조선)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국민연금을 향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촉구했다. 주총에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등과 표대결을 앞두고 본격적인 ‘표심 잡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임종윤 사장은 이번 통합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며 통합 저지 후 ‘1조원 투자 유치’ 등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캐스팅보트' 표심 예상이 어려운 가운데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도 엇갈리면서 표대결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진행중인 경영권 분쟁 상황과 한미약품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동생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도 참석해 함께 마이크를 잡았다. 형제 측은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반대하기 위해 자신들이 제안한 이사 후보자 4명을 한미사이언스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해달라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한 상태다. 

      주총에서 표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임종윤 사장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원칙 등을 언급하며 “국민연금에서 법률적인 부분 등 깊은 고려 후 올바른 쪽으로 의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그룹과 OCI그룹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임 사장은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등 정부 기조를 언급하며 이번 통합에 대해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 당국이 면밀히 살펴봐줄 것도 요청했다.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가지고 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송 회장의 장녀 임주현 전략기획실장이 각각 11.66%와 10.20%로 21.86% 지분을, 임종윤·종훈 사장이 각각 9.91%, 10.56%로 20.47% 지분을 갖고 있다. 

      양측이 지분이 비슷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어느 한쪽을 지지한다면 표대결에 결정적이다. 지분 11.52%로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지분이 많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관련해서는 "(찬반을) 결정하지 않은 것 같다.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임종훈 사장이 말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와 OCI 통합 거래의 불투명성, 그리고 이로 인한 추후 경영권 분쟁의 위험을 언급하며 여전히 강경한 ‘통합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이번 한미약품 사례가 국내 시장에서 일반화된다면 향후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 사장은 OCI측과 통합 후에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전략기획실장의 경영권도 그대로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와 OCI 합병이 이뤄진다면 앞으로 계속 분쟁 소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합병 후 지배구조가 굉장히 불투명해 보인다”면서 “경영권 분쟁 소지가 한미뿐만 아니라 OCI 측에도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경영 안정성에 리스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과 관련해 경험이 부족한 경영자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경영권이 불완전할 때를 공략하는 이런 사례가 생기면 국내 시장이 대단히 혼란에 빠질 것 같다”며 “일괄 계약으로 인수합병을 해야 하는데 유상증자와 개인 간 거래를 각각 계약으로 나눠서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다. 아직 법원도 한미와 OCI의 계약 전문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인데,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저희 쪽은) 해당 거래가 불완전 거래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윤 사장 측은 한미-OCI 통합에 반대하며 자신들의 ‘한미약품 미래 전략’을 내세웠다. 앞서 '5년 안에 순이익 1조원과 시가총액 50조원대 진입, 장기적으로 시가총액 200조원대'를 목표로 내건 바 있다. 

      임 사장은 “마이크로GMP'라는 이름으로 다품종 소량의 바이오 의약품 수탁 개발에 나서겠다”며 CDO와 CRO(임상수탁기업)를 한미의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미래 비전과 관련해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바이오 생산 공장을 짓겠다”며 "이에 실패한다면 물러나겠다"라고도 말했다.

      또한 임종윤 사장은 가처분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통합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임종윤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OCI홀딩스 대상 제 3자배정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한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처분 기각이 된다면 사실상 주총 표대결이 통합을 막을 ‘마지막 보루’로 여겨진다. 주총에서 패배하더라도 임시주총 소집 등 계속해서 반대 의견을 내겠다고도 말했다. 

      양측이 주총을 앞두고 본격 여론전에 돌입한 가운데 28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국민연금과 신동국 회장의 의결권 방향을 비롯해 기관투자자들의 표 행사 결과로 관심이 쏠린다. 이날 간담회에서 임종윤 종훈 사장 측은 28일 주총에 직접 참석해 의견을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 방향도 엇갈렸다. 글래스루이스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 후보 6인에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와 함께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앞서 한미그룹과 OCI의 통합에 찬성 의견을 냈다. 다만 ISS는 “이 정도 규모의 거래 시 한국 법상 요구되지 않더라도 주주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KCGS)에선 임종윤 사장 측이 주주제안한 신규 이사 후보 5명 중 4명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또다른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경제연구소는 중립 의견을 냈고 서스틴베스트는 아직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