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ELS 예상 배상액 3兆…현실화하면 올해 주주배당 '먹구름'
입력 2024.03.22 07:00
    우리·하나銀, 22일·27일 이사회서 배상안 논의
    신한·농협銀도 임시 이사회서 조만간 논의할 듯
    5대 은행 예상 배상액만 3조…배당 감소 불가피
    KB금융, 벌써 지난해 충당금 절반…RWA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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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은행권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가능성이 현실화하고있다. 금융당국이 자율배상 압박을 지속하는 가운데, 일부 은행들이 이사회를 통해 배상 논의를 공식화했다. 

      5대 은행 총 최대 3조원, 은행별로는 각각 수천억원의 예상 배상금액이 언급되는 가운데, 배상이 실제로 이뤄질경우 올해 배당 등 주주환원에 큰 문제가 생길 거란 분석이 나온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이사회를 통해 ELS 자율배상 논의가 예정된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두 곳이다. 우리은행이 은행권 중 가장 먼저 오는 22일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관련 논의를 결정했다. 하나은행은 20일 이사회에서 오는 27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ELS 자율배상을 논의하기로 의결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이날 정기 이사회가 예정돼있지만, ELS 자율배상안에 대한 정식 논의가 이뤄지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28일)은 현재 안건 상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상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검토에 시간이 소요되는 국민은행을 제외하면, 신한은행과 농협은행도 빠른 시일 내에 임이 이사회를 개최할 전망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ELS 분쟁조정기준(배상안)을 발표했다. 해당 안에 따르면 투자자별 배상 비율은 차이가 있지만, 평균 배상 비율은 40% 수준일 것이란 분석이다. 금감원이 은행에 적용한 기본 배상 비율 중간값 25%에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은행 가중값 10%와 투자자별 가감 요인 5%를 적용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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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 ELS 판매 규모는 은행별로 ▲KB국민은행 7조8000억원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하나은행 2조 원 ▲우리은행 400억원 수준이다. 만약 홍콩H지수가 현 수준에 지속적으로 머물게 되면, 이 상품들은 대략 평균적으로 50%의 손실률로 만기 상환될 전망이다.

      약 14조원의 판매액 중 7조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은행이 배상해야 하는 배상률은 또 다르다.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0%부터 100%까지 고객별로 배상률이 다른 까닭이다. 일단 금융권에서는 평균 40%의 배상률을 예상하고 있다. 이를 적용할 경우 5대 은행이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총 2조88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예상 배상액이 80억원 수준에 불과한 우리은행은 사실상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홍콩 ELS 검사 대상에서도 제외됐던 우리은행이 당국의 선제 배상 요구에 가장 먼저 응답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배상 규모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KB국민은행은 상황이 다르다. 배상액이 일회성 요인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규모가 지난해 KB금융지주의 연간 대손충당금(3조1000억원) 절반 가까이 달한다. 올해 대손충당금을 지난해보다 덜 쌓는다고 하더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4000억원 안팎의 배상액이 예상되는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거의 지난해 한 분기 순익에 육박하는 규모의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하고,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점도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 요인이다.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2022년 0.21%에서 지난해 0.29%로 0.08%포인트 상승했고,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같은 기간 0.22%에서 0.27%로 0.05%포인트 올랐다. 

      위험가중자산(RWA) 운영 리스크가 커지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지표인 보통주 자본비율(CET1)에 RWA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CET1은 분자에 해당하는 보통주 자본을 분모에 해당하는 RWA로 나눠 계산하는데, RWA는 신용과 운영, 시장 리스크를 합산해 계산한다.

      한 증권사 금융 연구원은 "위험가중자산은 신용리스크, 시장리스크, 운영리스크를 반영해 계산하는데 산출 산식은 금융지주별로 모두 다르다"며 "ELS 배상에 따른 단순 손익 외에도 운영리스크가 위험가중자산에 반영되면 보통주 자본비율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KB금융지주의 CET1은 13.6%로, 금융당국에서 제시하는 주주환원 확대 여력치인 13%를 넘는다. 다만 올해는 조단위 ELS 배상이 불가피한만큼, 지난해를 넘어서는 배당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배상 규모가 KB금융지주보다 낮긴 하지만 지난해 CET1이 각각 13.22%와 13.13% 수준인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주주환원책 확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배상금을 지급하면 그만큼 당기순이익 저하도 불가피하다. 올해 비은행 부문이 크게 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에서,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순이익이 최대 30%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건 상당한 부담요소라는 분석이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 지급액)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한다 해도, 당기순이익 자체가 줄어들면 배당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행권에서는 늦어도 4월 총선 전까지는 당국의 배상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 배상안에 나서는 은행들이 나타나면서 더 이상 '눈치싸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없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배상이 이뤄지기 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되겠지만, 일단 금융당국이 제시한 방안을 수용할 지 여부는 시중 은행들이 늦어도 4월 총선 전까지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선제 배상에 나서겠다고 하는 은행이 나온 이상, 시간을 더 지체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하반기 만기도래 물량은 손실률이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