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핵심인데 돈까지 잘버는 CJ올리브영, IPO보다 ‘지주사와 합병카드’로 주목
입력 2024.03.25 07:00
    꾸준한 올리브영 성장세…상장보단 합병?
    CJ㈜와 합치면 승계 시계에도 유리할 듯
    FI 글랜우드PE '상장 엑시트’ 이점 애매
    FI 덩치 줄이려 자사주 매입할지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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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CJ그룹의 핵심 승계 카드로 꼽히는 CJ올리브영의 ‘활용법’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전에는 상장(IPO)은 기정사실이고 추진 시점이 언제냐가 핵심이었지만, CJ올리브영의 고속 성장세가 기대보다 오래 이어지며 이제는 다른 방안을 구상할 여유도 생긴 모습이다.

      CJ올리브영 상장으로 오너 일가가 현금을 쥐고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회수를 지원할 수 있지만 기업가치 할인을 감수해야 한다. CJ올리브영을 CJ㈜와 합치면 차기 총수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곧바로 지주사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 합병을 염두에 둔다면 CJ올리브영이 자사주를 매입해 FI 영향력을 줄이는 안도 검토할 만하다.

      CJ그룹은 2020년 글랜우드PE를 CJ올리브영 상장전투자유치(프리 IPO) 투자자로 낙점했다. 글랜우드PE는 1조8000억원 가치로 4000억원가량을 투자해 CJ올리브영 지분 20% 이상을 확보했다. 오너 일가로부터 약한 수준의 투자회수 조건만 확보했지만 과감하게 투자했다.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CJ올리브영이 승승장구하며 CJ그룹과 글랜우드PE 모두 윈윈인 거래가 됐다.

      CJ올리브영은 지난 2022년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계획했지만 시장 침체 여파로 잠정 연기했다. 이후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지만 '시점' 문제일 뿐 상장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2021년 매출 2조원을 넘어섰고, 이듬해 3조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는 등 상장을 위한 '기반'을 갖춘 지 오래다.

      CJ올리브영이 워낙 급격히 성장하다 보니 성장 기울기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성장세가 유지되는 작년이 상장 최적기란 평가도 있었다.  작년 CJ㈜ 주가 고공행진 역시 CJ올리브영의 상장 기대감이 반영됐다.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 그룹 유동성 기근 등으로 CJ올리브영 지분 활용 필요성이 부상하기도 했다.

      CJ올리브영의 성장세는 시장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국내외 여러 경쟁사가 CJ올리브영의 위세에 밀려 문을 닫거나 철수했다. 작년 CJ올리브영의 매출은 4조원에 육박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상대적으로 비수기에 진행된 이달  ‘올영세일’의 매출도 전년동기 대비 30% 이상 신장했다. 작년 CJ올리브영 상장 시 기업가치는 4조원 안팎으로 전망됐는데, 올해는 5조~6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CJ그룹 측은 “올리브영 상장과 관련해서는 검토 중인 상황이고 진행 및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워낙 CJ올리브영의 실적이 좋아지고 기업가치가 높아지다 보니 오히려 상장 필요성이 줄어든 면도 있다.

      CJ그룹은 당초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키워 이재현 회장 자녀들의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증시에 입성하려면 기업가치 목표치를 낮춰야 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증시가 대어(大魚)를 소화할 체력이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FI로서도 기업가치 할인, 수개월간의 보호예수 등 상장 시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다보니 CJ그룹이 CJ올리브영과 CJ㈜를 합병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합병 시 '돈을 버는' 지주회사가 탄생한다.

      CJ올리브영은 현재 CJ㈜가 최대주주(지분율 51.3%), 코리아에이치앤비홀딩스(글랜우드PE, 22.6%)가 2대 주주다. 그룹 후계자인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경영리더와 장녀 이경후 CJ ENM브랜드전략실장 경영리더가 CJ올리브영 지분 11%, 4.2%를 각각 갖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전 CJ그룹 부회장이 4.6%를 보유 중이다.

      작년말 기준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의 CJ㈜ 지분율은 각각 3.20%, 1.47%에 그친다. CJ올리브영이 높아진 기업가치 그대로를 인정받으며 CJ㈜와 합병하면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의 합병 지주사 법인 지배력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물론CJ그룹은 합병 청사진에서도 FI의 존재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회수도 회수지만 합병 지주사에 너무 많은 지분을 가진 FI가 남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에서 두 회사가 합쳐진다면 FI가 지주사 2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CJ올리브영이 FI 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일부 매입하고 이후 합병하는 방식이면 합병회사의 FI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 FI도 원하는 시기 증시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면 된다. 시장에선 CJ올리브영을 완전자회사화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회사의 배당 가능 재원을 감안하면 FI 지분 전부를 사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CJ올리브영의 배당 가능 재원이 약 5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일부 자금을 통해 글랜우드PE의 지분 일부를 자사주 형태로 매입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3월 CJ올리브영 주총이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