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으러' 한국 찾는 해외 PEF들…'해외 확장' 목표인 韓 LP들은 반색
입력 2024.03.25 07:00
    투자 회수·펀드레이징 지연되며
    생소한 운용사들도 국내 LP 노크
    '해외 확장' 기조 LP엔 '윈윈' 평
    여전한 시장 침체에 '신중' 기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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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한국 시장과 접점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포트폴리오 투자 회수와 펀드레이징(자금 모집)이 어렵다 보니 출자자(LP) 군을 넓혀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투자처를 다변화해야 하기 위해 해외 PEF 출자를 모색하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이해관계에도 맞다는 평가다.

      최근 영국계 대형 PEF 퍼미라는 한국을 찾아 기관투자가 대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외에도 해외에서 활약하는 PEF 다수가 한국 기관투자가를 찾고 있다. 한국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대형사뿐만 아니라 국내에선 비교한 생소한 곳들도 한국 LP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다. 운용자산(AUM)이 수조~십수조원대 중형급 운용사(GP)들도 공제회·연기금을 찾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자본시장 침체로 자금 조달 목표액을 채우기 어려워진 점이 한국행의 배경으로 꼽힌다.

      2022년 이전까진 유동성 호황으로 빈티지마다 펀드 규모가 커졌다. 그 이후엔 칼라일그룹, TPG캐피탈 등 탑티어 PEF들도 펀드 목표치를 낮추거나 펀드 결성에 2~3년이 소요되는 등 차질을 빚었다. 작년 PEF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M&A나 IPO 등 딜(deal) 기근에 시달렸다. 투자 회수가 어려우니 기존 LP에 환영을 받기 어렵고, 공백을 채우기 위해 LP군을 넓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시선이다.

      북미 및 유럽 등 해외 선진 시장의 경쟁은 이미 치열하기 때문에 아시아 쪽 자금을 끌어오려는 수요가 늘었다. 중국 시장은 미국과 유럽 LP들에 환영받지 못하니 한국과 일본이 더 주목받게 됐다는 평가다.

      한 국내 대형 LP 관계자는 “펀드 목표액은 커졌는데 자금 모집이 쉽지 않은 해외 PEF들은 아시아, 그 중에서도 한국과 일본 쪽에서 LP를 다변화하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예전에 국민연금만 접촉했거나, 국내에선 지명도가 낮은 곳들의 연락이 많이 오는데 당장의 펀드레이징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쌓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해외 GP들의 행보는 국내 LP들의 해외 확장 욕구와도 맞물리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 시장 전반에 찬바람이 불면서 LP들도 보수적인 기수를 이어왔으나 작년에 주식과 채권시장이 반등하면서 수익률을 회복한 곳들이 많다. 해외 투자 손실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지만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국내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올해 국내 LP 중에선 해외 블라인드펀드 출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곳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익률 측면에선 해외 블라인드펀드가 국내에 비해 우위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곳도 있다. 이를테면 국내는 초과수익이 기대되는 대형사의 프로젝트펀드, 해외는 접근성이 좋은 블라인드펀드 위주로 선별적인 투자를 하는 식이다.

      물론 모든 기관투자가가 해외 출자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 1~2년에 비해 상황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공격적인 출자는 부담스럽다는 곳도 있다. PE나 VC 등 글로벌 프라이빗마켓은 여전히 주춤하고, 주식 시장 역시 일부 테크 기업만 주목받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에선 GP들의 엑시트를 위한 금융기법(GP financing)이 인기를 끌고 있다. GP들이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받고 이 자금으로 기존 LP의 자금을 상환하는 방식(NAV loan)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 기관투자가 CIO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GP 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고 있고, 여전히 투자회수는 어렵다보니 LP군을 늘리고자 하는 해외 운용사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다만 과거 출자 약정 금액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GP들의 자금 상환은 더디다 보니 아직 추가로 공격적인 약정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