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외형 키운 주역들인데…이젠 과거 청산 특명 받은 신동빈의 최고경영진들
입력 2024.03.26 07:00
    대대적 구조조정 예고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보좌하는 4인의 부회장단
    위기의 화학에 투입된 이훈기 사장
    핵심부터 부진한 사업까지 구조조정 미션
    장남 신유열 전무의 최측근 서승욱, 김수년 상무
    M&A, 전략 출신으로 주목도 점점 높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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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회장과 함께 롯데그룹의 외형을 크게 키운 핵심 인사들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이전과는 정반대로 사실상 '칼잡이'로서 그룹의 몸집을 줄이고 체질을 개선해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구조조정이 주요 업무가 됐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의 측근 인사들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롯데그룹에서 최근 주목도가 가장 높은 인물은 단연 이훈기 롯데그룹 화학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다. 이 대표는 화학군의 핵심인사로 분류됐던 김교현 전 부회장(현재 고문)의 후임이다. 이제까지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직은 대부분 정통 화학맨의 차지였다. 정범식 전 사장, 허수영 전 부회장, 김교현 전 부회장까지 모두 호남석유화학 출신으로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까지 오른 인사들이다. 이 대표 역시 호남석유화학 출신으로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에 오른 이력은 동일하지만 롯데렌탈, 롯데헬스케어 롯데지주 사장직을 거치며 타 업종에서 경력을 쌓은 점이 눈에 띈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말 이후 적자가 지속하고 순차입금이 급증하고 있다. 화학 업종을 영위하는 거의 모든 대기업 계열사가 사업적 부침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롯데케미칼은 특히 자회사 롯데건설의 문제까지 겹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에서 사실상 구조조정을 비롯한 사업전략을 총괄한 이훈기 사장이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가 재직했던 LC타이탄의 경우 구체적인 상시 매물로 거론돼 왔는데 최근 화학 분야 구조조정의 제 1순위 매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결국 이훈기 사장은 그룹의 가장 중요한 축인 ‘화학 분야의 구조조정에 성공하냐’에 따라 추후 영전 여부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란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의 M&A, 신사업 확장 등의 역할은 ESG경영혁신실에서 맡아 왔다. ESG경영혁신실을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가 지난해까지 실장으로 재직한 조직이다. 과거에 가치경영실, 경영전략실이었으나 M&A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현재의 간판을 달게 됐다. 

      최근 들어선 ESG경영혁신실의 역할이 M&A와 신사업 확장보단 정리와 매각, 구조조정에 방점이 찍혀있단 평가가 나온다. LC타이탄을 비롯한 화학산업의 구조조정부터 그룹 전반에 걸친 포트폴리오 조정까지 이훈기 사장이 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밑그림을 그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이 사장이 롯데케미칼로 자리를 옮기면서 ESG경영혁신실은 노준형 부사장이 이끌며 같은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노 부사장은 이번 롯데지주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이 예상된다. 향후 그룹의 체질 개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중 하나다.

      ESG경영혁신실과 더불어 주목받는 조직은 그룹 경영개선실이다. 경영개선실은 그룹 계열사의 감사를 수행하고 경영진단과 업무시스템을 점검하는 조직으로 해당 조직을 이끄는 고수찬 실장은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특히 경영개선실 출신들이 그룹 주요 보직 곳곳에 포진해 있는데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이다. 

      한 차례 재무위기를 파고를 넘은 롯데건설은 당초 사장급 인사가 지휘봉을 잡은 계열사였으나 박 부회장이 취임 직후 승진하며 격상한 조직이 됐다. 박 부회장에겐 역시 롯데건설의 재무안정, 롯데건설에서 촉발할 수 있는 위기가 롯데케미칼 및 그룹 전반에 확산을 차단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는 부회장은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교현 부회장이 2선으로 물러나고, 이 부회장이 승진하며 신동빈 회장 체제의 롯데는 4인의 부회장(이동우·김상현·이영구·박현철)직을 유지한다. 이 부회장 역시 올해 식품사업 내 선별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주어진 과제란 평가가 나온다.

      신동빈 회장의 복심들이 핵심 사업의 구조조정 역할을 맡는다면,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미래성장실 전무의 최측근 인사들은 새로운 롯데의 먹거리를 찾는 역할을 한다. 미래성장실은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신설된 조직으로 과거 ESG혁신경영실에서 맡던 M&A와 신사업 추진 업무 등을 담당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유열 전무를 보좌하는 인물 중 핵심은 역시 서승욱 상무이다. ESG경영혁신실 산하 신성장 1팀에서 그룹 M&A를 담당한 서승욱 상무는 올해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신유열 전무와 함께 이사진에 합류했다. 컨설팅업체 PwC 출신인 서승욱 상무는 롯데그룹 내 몇 안되는 M&A 전문가로 꼽힌다. 2018년 롯데금융사 매각, 2020년 두산솔루스 지분 투자를 도맡았다. 이베이 인수전에선 롯데그룹이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당시 서승욱 상무가 롯데그룹의 유일한 카운터파티(counterparty)로 전면에 나서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 상무와 함께 미래성장실에 위치한 김수년 상무보 또한 신유열 전무를 보좌할 측근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 코리아세븐으로 입사해 유통군HQ 등을 거치며 기획 및 전략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롯데그룹은 거의 모든 계열사들이 잠재적 매물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다. 신동빈 회장은 M&A로 그룹을 키워온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인데 신 회장의 측근들은 신 회장의 치적과도 같은 사업을 정리하며 그룹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불편한(?) 임무를 갖고 있다. 일련의 과정들은 추후 경영권 승계작업의 밑바탕으로 평가 받는데 신유열 전무를 보좌하는 비교적 젊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주목도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