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수수료 급감 피하려 '자문업' 기웃…수익 창출까진 '머나먼 길'
입력 2024.03.26 07:00
    1분기 금융지주 순이익 추정치 급감
    홍콩ELS 계기로 수수료수익 줄어든 탓
    돌파구로 '자문업' 도입 바람 불지만
    '일임업'보다 수익창출 어려운 점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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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최근 3~4년새 잇따른 금융사고로 인해 상품 판매가 위축되면서 은행권의 수익성 제고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비이자수익이 성장은커녕 현상유지조차 어려운 지경인데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점 커지며 이자수익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새 수익원을 찾아나선 은행들이 최근 검토에 나선 부분이 자문업 도입이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자문업보다는 수익 창출에 용이한 일임업을 원해왔지만 홍콩ELS 사태로 여의치 않게 되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문업 자체로 당장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은행권 경쟁력을 키우기도 만만치 않아 실질적인 수익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 WM(자산관리)부서는 현재 자문업 도입을 위해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컨설팅 프로젝트를 위해 공고를 냈고 내부 검토를 마친 후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는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 역시 내부적으로 투자자문업 도입의 실효성이 있을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부동산 외에 자산을 두고 투자자문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었다. 일찌감치 금융당국에서 은행권의 비이자수익 확대 차원을 고려해 투자자문업을 허용해둔 덕분이다. 그럼에도, 은행권 중 KB국민은행만이 작년 3월 은행권 최초로 라이선스를 받았고 그마저도 사실상 실질적인 영업 활동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홍콩ELS 사태로 은행권의 자문업 도입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상황이 다소 바뀌어가는 모양새다. ELS와 같이 복잡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불완전판매 사례를 줄이기 위해서는 은행의 자문서비스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투자상품 판매에서 자문형 영업으로의 전환 필요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은행권이 단일 금융상품 판매에서 복합상품을 판매하는 자문형 영업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ELS나 부동산펀드처럼 개별 투자상품 판매보다는 복합 금융상품을 자문하는 형태를 통해 더 효율적인 자산배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문형 서비스를 통해 은행들이 더 전문적인 투자서비스를 제공할 인프라나 시스템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런데다 최근 은행들이 금융상품 판매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자문업을 통한 수수료 수익 창출이 절실해진 측면도 있다. 이르면 올해 말 금리가 인하될 수 있어,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수수료수익 감소가 예고되고 있는 점은 은행들로서는 부담요인이다.

      올해 1분기 금융지주 순이익 전망치를 종합해보면 약 4조63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약 6.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우리금융은 순이익 8720억원, 하나금융이 9464억원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각각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 14.7% 줄어드는 것이다. KB금융도 1조3380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돼 전년 1분기보다 10.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한금융은 1분기 1조3153억원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9%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가장 큰 계열사인 은행권에서 수수료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은 최근 ELS사태로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ELS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고 뒤이어 KB, 신한, 하나은행들도 일제히 판매 중단을 검토했다. 

      다만 은행권의 자문업 도입이 당장 수수료 수익 창출에 실질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실제 자금을 투자해주는 일임업과 비교해 자문 수수료를 받기가 은행 입장에선 쉽지 않아서다. 국내 정서상 자문수수료를 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데다, 자문만 받고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은행으로서도 수익을 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있다. 

      일각에선 자문업이 향후 일임업으로 가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지만, 현재 상황으론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전부터 은행권에서는 투자자문보다 투자일임을 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나타내왔다. 하지만 작년 당국 검토 결과 은행의 전문성 등을 감안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고, 최근 홍콩ELS 사태를 계기로 이 같은 결론이 더욱 굳혀졌다”라며 “아무래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보니 은행권에서도 자문업 진출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