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두고 한미약품 남매 '전면전'…결국 국민연금·법원에 달린 경영권 분쟁
입력 2024.03.25 18:51
    양측 기자회견 열며 '표심 잡기' 전면전 나서
    신동국 회장 형제 지지, 임직원은 통합 지지
    결국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중립 관측도
    임종윤 측의 신주발행 가처분 판결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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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추진 과정에서 촉발된 한미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격화하고 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그룹 통합에 반발하는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측 지지 의사를 밝혔고,  한미약품 임직원들은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내건 통합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양측의 ‘표심 잡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캐스팅보트’가 된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형제 측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도 아직 법원에서 나오지 않아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남아 있다.

      25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사 통합 계획 및 배경에 대해 밝혔다. 지난주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형제가 기자회견에 나서며 여론전에 나서자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형제 측이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지를 받으면서 적극적인 표심 잡기의 필요성도 커졌다.

      앞서 23일 이번 주총 표대결의 ‘캐스팅보트’로 꼽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하고 있다.

      우호지분을 포함해 총 약 28%의 지분을 보유한 형제 측은 신 회장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37.20%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됐다. 현재 송 회장과 임주현 실장의 지분은 21.86% 정도다. 여기에 친족,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등 우호 지분을 포함하면 모녀의 지분은 35% 정도가 된다.

      또한 25일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임직원 약 3000명이 모인 한미 사우회는 보유 주식 23만여 주에 대해 이번 주주총회에서 ‘통합 찬성’으로 결의키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모녀측이 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 직원들이 의결권 위임을 거부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같은날 한미약품 측은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동시에 해임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총에서 이사진을 두고 표대결이 벌어지는만큼 해임 안건도 주총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은 변수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들고 있다. 아직까지 국민연금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업계에서는 민감한 사안인만큼 ‘중립’ 의견을 낼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강화 기조 등을 고려하면 특정 의견을 표명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형제 측이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의 지분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해당 지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형제 측이 제시한 가처분 결과도 변수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한미·OCI 그룹의 통합을 위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아직 법원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르면 지난주 결론이 예상됐지만 민감한 사안인만큼 재판부에서도 판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이다.

      주총을 앞두고 여러 변수가 남은 가운데 양측은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등 계속해서 입장을 밝히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5일 기자회견에서 이우현 회장은 "(지분을) 팔려고 한미에 투자하려는 것 아니다"라며 OCI홀딩스가 가질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3년간 처분금지하는 방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통합 과정과 관련해 "한미 경영진과 논의하고 이사회에 상정하는 것 외에 대주주에게 몰래 말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그렇게 한다면 비공개 정보 활용 가능성 등 법 위반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한미를 돕겠단 생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제약산업 특성상) 투자 후 몇 년간은 이익이 없을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주현 사장은 "(형제측의) 주주제안이 한미그룹이 미래를 향해 나가는데 있어 필요한 이사회 구성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주길 바란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종윤 사장 측이 기자회견에 언급한 1조원 투자유치 계획에 대해 “투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그 투자금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어떤 조건일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형제 측 지지를 공표한 신 회장은 입장문에서 "한미약품그룹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다. 일부 대주주가 다른 대주주들 혹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에게 회사 주요 경영과 관련한 사안을 일절 알리지 않고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지배구조 및 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모녀 측은 "OCI그룹과의 통합은 결코 대주주 몇 명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니다"며 "매년 약 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평택 바이오플랜트, 파트너사와 함께 글로벌 3상을 진행하던 신약이 여러 문제로 개발이 중단돼 국내 신약으로만 한정해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한미의 한계를 뚫고 나가야만 글로벌 한미라는 우리의 비전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4일 임주현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OCI와 통합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에 요구해 향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없이 예탁하겠다”며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도 3년간 지분 보호예수를 약속해주길 바란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선대 회장이 평생을 바쳐 이룩한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식에 대해 한 번도 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계획이 앞으로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