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OCI 통합 손 들어준 법원…양측 '1승1패'에 주총 표대결만 남아
입력 2024.03.26 16:43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 기각…OCI 통합 반대 '제동'
    형제 "즉시 항고 예정", 한미 "글로벌 파마 도약 기회"
    남은건 주총 표대결…국민연금·소액주주의 표심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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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간 통합에 반대하며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을 지지하고, 법원은 한미-OCI 통합에 손을 들어주면서 양측이 ‘1승 1패’를 기록한 상황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남은 ‘캐스팅보트’로 남은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주총 표대결이 한미그룹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26일 법원(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은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이 한미약품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나,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한 바 있어 이사회의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법원의 가처분 판결은 한미-OCI 통합과 한미그룹 일가의 경영권 분쟁 향방을 가를 변수였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다면, OCI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예정대로 취득하지 못해 주총 표대결 결과와 상관없이 통합에 제동이 걸린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임종윤∙종훈 형제는 즉각 반발했다. 형제 측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임시적인 조치이므로 저희는 이에 대해 즉시항고로 다투고, 본안소송을 통해서도 위 결정의 부당성에 관하여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 측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매우 환영한다”며 “한미그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OCI그룹과의 통합 외에는 현실적 대안이 없는 절박한 상황에 대해 재판부가 깊이 고심하고 공감해서 나온 결정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가처분 기각 결정이 나기 전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철 없는 아들들이 결국 ‘프리미엄’ 붙여 지분 매각 선택할 것”이라며 “해외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아들의 선택은 해외 자본에 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지분을 일정 기간이 보장된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 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송 회장은 “두 아들의 선택(해외 펀드에 지분 매각)에는 아마 일부 대주주 지분도 약속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1조원 운운하는 투자처의 출처를 당장 밝혀라”고 말했다. 또한 송 회장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을 ‘적통 후계자’로 지목했다.

      28일 정기 주총에서 표 대결이 결국 이번 한미약품 오너가 경영권 분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서 현재 경영진과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이 표 대결을 통해 이사회를 꾸리게 된다. 다만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서 장·차남이 표 대결을 통해 이사회에 입성해도 신주 발행 결정을 취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한미사이언스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임종윤 사장과 한미약품 임종훈 사장을 동시에 해임한다고 밝혔는데, 해당 건도 결국 주총 이후 이사회 구성에 달렸다는 평이다.

      지분 7.66%를 가진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가 어느 측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연금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데, 심도있게 별도 검토한 뒤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민감도를 고려해 중립 의견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지분 12.25%)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임종훈 형제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모녀 측이 주총에서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형제는 지분 25.05%에 신 회장 지분을 더해 37.2%를 확보했다. 현재 송 회장과 임주현 실장의 지분은 21.86% 정도다. 여기에 친족,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등 우호 지분을 포함하면 모녀가 확보한 지분은 35% 정도가 된다. 한미그룹 사우회도 보유 주식 23만여 주에 대해 통합 찬성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임주현 사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신동국 회장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신동국 회장이 마음을 바꿔 모녀 측을 지지하면 판세가 바뀔수 있다. 주총에서 형제 측이 주주제안한 이사 선임의 건에서 양측이 표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감사위원회 선임 건도 주주제안으로 안건에 올라 있다.

      장·차남 측에선 이사진 5명에 대한 선임안을 주주제안했다. 한미 측에선 6명 선임안을 상정했다. 사내이사로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OCI홀딩스의 이우현 회장을 추천했다. 이외에 최인영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김하일·서정모·박경진 사외이사 후보도 있다. 현 이사진 4명 외에 6명을 추가해 최대 10명의 이사회를 장악하겠단 전략이다.

      임종윤 사장 측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인사는 사내이사로 임종윤·임종훈 후보, 기타비상무이사로 권규찬·배보경 후보, 사외이사로 사봉관 후보다. 안건마다 표대결이 예상되면서 한미그룹과 장·차남 측 모두 주총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