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플랫폼 공세, CJ그룹 약세…장부가 지속 하락
전략적 제휴에도 당사자간 시너지 효과 불투명
한성숙 시대 전략, 최수연 체제서 유효할까 의문
-
네이버가 지난 수년간 적극적으로 펼쳐 온 혈맹(血盟) 전략들의 성과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CJ그룹·한진칼·신세계그룹 등 굵직한 기업들과 지분을 교환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주가 부진을 겪으며 평가손실 부담이 커졌다.
사업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네이버 주가도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네이버와 투자자 모두 실익이 마땅찮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네이버가 사업구조 개편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네이버와 투자자 간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네이버는 2017년 미래에셋그룹(5000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 CJ그룹(6000억원), 2021년 신세계그룹(2500억원) 등과 자사주를 맞교환하면서 대기업 동맹군을 얻었다. 이들 거래를 이끈 박상진 CFO(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자사주를 활용하며 현금 지출을 최소화했다. 당시 네이버는 '단 둘'뿐인 IT 공룡, 제휴 기업들은 각 영역의 1등 업체다 보니 '윈-윈'은 기정사실화했다. 실제 2021년 IT기업 주가가 급등하면서 미래에셋·CJ·신세계 3사의 네이버 투자 평가이익만 1조원에 달했다.
현 시점 네이버의 주식 투자 성과는 부진하다.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부가액이 28% 가량 줄었고,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이마트는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가장 큰 손실은 CJ에서 발생했다. CJ대한통운·스튜디오드래곤·CJ ENM 등 3사에서 발생한 평가손은 36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CJ그룹은 주력인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과 식료품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상장사 CJ올리브영을 제외하면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과 유동성 기근 등에 부딪혀 주가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와의 결별설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신세계그룹의 패션·유통업 전망도 밝지 않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 58% 줄었다. 셀린느, 메종마르지엘라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과의 계약 종료가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다.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첫 전사적 희망퇴직까지 단행했다. 2개 계열사 모두 올해 초 주가 바닥을 찍었다. 이들 회사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네이버의 장부상 손실은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
-
네이버는 지분 투자와 사업 시너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투자 수익은 적지만, 유·무형의 협력 시너지가 있었다는 얘기다. 네이버쇼핑은 입점 브랜드사가 판매하는 제품을 CJ대한통운의 물류 시스템을 이용해 배송하는 ‘도착보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웹툰도 CJ ENM·스튜디오드래곤과 웹툰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드라마 제작을 위해 일본에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네이버 측은 “지분을 섞는다는 것은 단순 파트너십과는 다르게 장기적으로 깊은 협업 관계를 가져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네이버와 제휴 회사간 사업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갖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신세계가 지난해 정용진 회장 주도로 통합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을 론칭하면서, 네이버 멤버십과의 통합 혜택 제공은 어렵게 됐다. 신세계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이커머스 ‘지마켓’도 네이버쇼핑과 경쟁 관계에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에 각각 투자하며 고객 확대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해상충 탓에 네이버 및 관련 기업의 ECM·DCM 주관 업무를 맡지 못하면서 손해가 아니냔 지적도 있었다. '친 네이버' 기업으로 분로되다 보니 경쟁사 카카오 측 일감을 따내기도 어려웠다.
네이버에 투자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상황이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 2021년 7월 46만5000원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로, 지속 하락하다 최근엔 20만원을 밑돌고 있다. 여러 미래 사업 청사진도 주가 반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투자업계에서는 한성숙 전 대표 체제에서 체결됐던 ‘혈맹 전략’이 최수연 대표 체제에서 수정될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플랫폼 부상과 문화·유통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으로 시너지가 줄어든 상황이다.
최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이) 파격적인 자본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침투하는 것에 대해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와 제휴 기업들이 각각 투자금 회수 고민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네이버가 견제와 감시가 많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 주목하면서 국내 기업과의 제휴에서 기대하는 것이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교류가 활발했던 2017년에서 2020년까지는 네이버 주식이 시장에서 괜찮은 투자처로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사업 시너지가 줄어든 네이버나 자금 회수 수요가 있는 투자 기업이 서로 협의를 거쳐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