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기준 시총 최대 3.7兆…공모규모도 6000억
"아무리 조선업황 개선된다지만"…부담느끼는 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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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최대 예상 기업가치를 3조원 후반대로 제시했다. 2021년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로부터 인정받은 몸값(1조7200억원)의 2배 이상이다.
문제는 피어그룹(비교기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가총액이 조(兆) 단위인 글로벌 선박 기업들을 대거 포함,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을 31.5배로 산출해 적용했다. 해당 기업들이 HD현대마린솔루션처럼 선박 AS(After Service) 사업만 영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피어그룹 선정의 정당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IPO를 통해 890만주를 공모한다. 신주발행과 구주매출 비율은 각각 50%씩이다. 주당 희망공모가액은 7만3300~8만3400원이다. 최대 공모금액은 7423억원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2582억~3조7071억원 수준이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UBS·JP모건, 공동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피어그룹에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 스웨덴 기업인 알파라발(Alfa Laval AB), 노르웨이 기업인 콩스버그(Kongsberg Gruppen ASA), 바르질라(Wartsila Oyj ABP) 등 4개 기업을 선정했다. 해당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큰 편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8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 중이다. 나머지 글로벌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10~20조원대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해당 기업들의 PER을 평균내어 적용 PER 수준을 31.5배로 산출해 기업가치 산정 시 활용했다. 이에 따라 HD현대마린솔루션의 주당 평가가액은 10만6113원으로 책정, 할인율 21.4~30.9%를 적용해 희망 공모가 밴드 수준을 결정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피어그룹이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 그룹사인 현대중공업㈜의 조선AS사업부를 모태로 하고 있다. 그룹사 통합 선박 AS센터 역할을 수행하다가 2016년 조선, 엔진, 전기전자 사업부의 AM사업을 양수하는 현물출자를 통해 설립됐다. 2023년 연결 기준 선박 AS 사업부문의 매출은 100%다.
그런데 선정된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에 AS 부문이 일부 포함된 구조다. AS사업 위주로 영위하고 있는 HD현대마린솔루션과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일례로 알파라발의 AS부문 매출 비중은 각 사업부문별로 26~33% 수준에 불과하다. 해양 사업부의 매출 비중 또한 전체의 30%로 타 부문 대비 가장 낮다. 바르질라는 2023년 기준 전체 매출액 중 AS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48% 정도로 절반에 못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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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피어그룹 선정 과정에서 최근 3개 결산 회계년도 매출의 연간 성장률(CAGR) 지표를 적용한 배경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CAGR이 양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을 위주로 비교기업군을 한 차례 추려냈다. 사실상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 위주로 비교기업군을 선정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란 평가다.
조선업황 개선이 이같은 지표를 적용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2020년까지 다운사이징 기간을 겪어야 했던 조선사들은 2021년부터 업황 개선에 따라 수주잔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에 CAGR 지표가 적용된 사례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라며 "공모에 참여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조차도 높게 매겨진 밸류에이션에 대해 이견을 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유일한 국내 기업 중 하나로 비교기업군에 포함된 점도 거론된다. 두 기업은 같은 그룹 계열사긴 하지만 지분관계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 HD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로, 주식시장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 작업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조선 업황 개선세가 향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밸류가 다소 높게 책정됐더라도 상장을 무난하게 완료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공모주에 쏠린 기관들의 관심도 호재다.
그러나 공모 물량이 6000억원 수준으로 비교적 큰 데다 공모가도 높게 책정된 만큼 상장 후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업계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최대 3~4조원 수준일 것이라고 점쳐진 바 있다. 실제 책정된 공모가 수준과 유사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 공모주 시장이 활황이던 때, 시가총액이 큰 외국 기업들을 피어그룹으로 삼은 사례가 많았는데 HD현대마린솔루션도 이 방법을 택했다"라며 "벤처기업이 투자유치를 받는 것도 아니고 공모금액이 6000억원 수준인 점도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사명을 바꾸면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곤 있지만 사실상 선박을 수리해주는 선박공업사에 가까운 기업이다"라며 "피어그룹으로 삼을 만한 상장사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글로벌 기업들을 대거 포함시킨 데 평가가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대표주관사인 KB증권 관계자는 "선박 A/S 기업이 상장한 전례가 없어 유사기업 선정시 해외기업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비교그룹 평균 영업이익률이 10.9%인데 HD현대마린솔루션은 14%를 상회하는등 오히려 A/S사업 수익성이 좋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