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확보 총력중인 GS건설, 회사채 발행도 이니마 매각도 '미스매치'
입력 2024.03.29 07:00
    GS건설, 적자 전환 및 신용등급 강등
    회사채, 현금상환·차환발행 모두 부담
    허윤홍 사장 입지의 1등 공신 GS이니마
    "회계 부풀리기에 새 주인 찾기 골머리"
    • GS건설은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 보상,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조달 과정에서 시장과 눈높이 차가 발생하는 등 현금 확보가 아쉬운 상황에서 혼란스러움이 가중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3880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붕괴 사고 발생 이후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고 신용등급이 강등되기도 했다. GS건설은 작년 부채비율은 262.4%며,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의 비율은 68.6%다.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GS건설과 기관투자자의 온도 차이가 발생했다.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GS건설은 신규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3월 초 발행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대부분 주관사는 회사채 금리를 개별 민평금리에 약 100bp(1bp=0.01%p)를 가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GS건설은 금리 밴드가 과하게 높다는 입장인 반면, 주관사는 현재 수준의 금리로 발행해도 미매각을 우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GS건설은 오는 4월16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2021년 발행 금리 1.80%)의 만기가 돌아온다. GS건설은 현금상환과 차환발행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현금 확보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현금상환은 쉽지 않은 선택지다.

      회사채 발행 금리가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차환발행 또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작년 3월 15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당시 금리는 6.52%였다. 2021년 발행 금리와 비교할 경우 약 3배 높아졌다. 최근 신용평가 3사 모두 GS건설의 신용등급을 낮춘 점을 고려하면,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발행 가능성과 별개로 GS건설이 은행에서 한도대출을 활용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GS건설은 GS이니마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GS이니마 매각은 사실상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주도하는 딜이라는 평가다. 허윤홍 사장이 지난해 말 영입한 맥킨지 출신의 유영민 경영전략그룹장 상무가 이번 거래 및 전체 자산 유동화 전략을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GS이니마는 GS건설이 2012년 인수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스페인 수처리 자회사로 GS건설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차지하는 알짜 회사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33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9%, 순이익은 306억원으로 126.7% 증가했다. 2020년 GS건설 신사업 본부로 편입됐다.

      알짜 회사인데도 GS건설이 매각을 검토하는 이유는 GS이니마가 글로벌 투자를 다수 진행한 영향으로 배당지급 여력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GS이니마는 유럽·북아프리카·미국에 이어 ▲2019년 브라질 수처리 업체 'BRK암비엔탈'의 산업용수 사업부문 인수 ▲2023년 베트남 공업용수 공급업체 PMV 지분 30% 인수 ▲2024년 칠레 태양광 발전소 '보코 솔라' 인수 등을 진행했다.

      GS건설은 지분 20%를 매각할 경우 약 3000억원의 현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기업공개(IPO)를 시도했을 당시 추정된 GS이니마의 기업가치는 약 1조5000억원이다. 인수 당시 기업가치(약 3500억원) 대비 약 4배 크다.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배포했으며, 상반기 중 투자설명서(IM)을 배포할 예정이다.

      다만, GS이니마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GS이니마와 같은 수주 기반 EPC 업체의 공정진행률에 따른 매출 인식을 공시대로 믿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주 시점보다 공사원가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이를 보수적으로 회계 반영하기보다는 신규 수주로 돌려막는 업태가 적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GS이니마가 공시한 실적 성장률에 따라 매각 희망가를 주장하는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GS이니마는 작년 8월 UAE 수·전력공사가 발주한 9200억원 규모의 슈웨이하트 4 해수담수화사업을, 올해 1월에는 6000억원 규모의 브라질 에스피리투산투주 폐수처리사업을 수주했다. KB증권이 올 1월에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GS이니마의 수주잔고는 11조원 이상으로 2018년 3조7630억원 대비 약 4배 많다.

      다만 같은 기간 매출은 2310억원에서 4050억원으로 1.75배, 순이익은 210억원에서 410억원으로 1.95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반적으로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은 발주처에서 선금 30%를 받는다. 추후 공정원가가 매출보다 많아져, 공정률이 높아질수록 손실이 함께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글로벌 확장 전략을 감안해도 10여년 만에 기업가치가 4배 성장한 건 과하다는 평가다.

      GS건설은 "GS이니마의 경영권 매각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는 맞다"며 "지분을 유동화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자는 취지"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