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 몰린 대형證도 예외 아냐…"잡아둘 명분 없어"
경쟁 치열할 IB부문…순위 지키려면 이탈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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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금융 부실발(發) 후폭풍이 PF 담당자들에 이어, 주식ㆍ채권 등 전통 기업금융(IB) 담당자들에게까지 밀어닥치고 있다. 실무급 인력들이 잇따라 회사를 이탈하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IB부문 수익성이 크게 줄어들며 성과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게 배경으로 꼽힌다. 그나마 일감이 많은 기업공개(IPO) 부문까지 인력이 잇따라 이탈하며, 증권사 IB 경쟁력 척도가 '인력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증권사 IB 부문 인력들이 잇따라 증권가를 떠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IPOㆍ커버리지 등 이른바 '전통 IB' 부문을 담당하던 실무급 인력들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 주니어급 IPO 인력은 벤처캐피탈(VC)로의 이직을 결정했고 NH투자증권 ECM부문 차장급도 투자업계로 옮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증권 IB부문에서도 연초부터 2명 정도가 이직을 택했다. 최근 몇년간 IB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한화투자증권도 작년말 3명이 연달아 증권가를 떠나며 그 여파가 남아있는 상태다.
이같은 인력 이탈의 배경으로는 성과급 이연 정책이 거론되고 있다. 이연 비율이 연초부터 속속 확정됨에 따라 증권가에서 제기되는 불만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이연 성과급 결정에 되레 정통 IB 부문 관계자들이 때아니게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통 IB 부문은 통상적으로 인센티브 배분 비율을 두고 이전부터 부서끼리 갈등이 있어왔다"며 "PF 부실화 이후 정통 IB 부문에도 성과보수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데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엔 거액의 성과급을 손에 쥐었던 PF 부문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까지 겹쳐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이탈이 점차 가속화하는 분위기를 띄며, 증권사들은 IB 인력 단속에 서둘러 나서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이연 성과급 비율을 첫해 60%, 나머지 3년간 15%, 15%, 10%로 최근 확정했다. 지난해 번 수익이 적어 개인별로 지급될 성과급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타 증권사 대비 첫 해 지급 비중을 높여 인력들의 동요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삼성증권도 인당 성과급 규모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전사 차원에서 인력 관리를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타운홀미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KB증권은 이달말 예정된 성과급 지급 이후의 분위기가 중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KB증권은 일찍이 인력 이탈을 겪었고, 이를 해소하고자 외부 인력을 채용했다. 주로 중소형 증권사 실무진들을 영입했는데 최근 성과급 지급 일정을 앞두고 내부에선 "마치 폭풍전야 같다"라는 언급도 나오는 중이다.
증권사들은 지난 몇개월간 이뤄지고 있는 인력 이탈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기존 대형사간 경쟁에 더해 2~3년 전부터 중견 증권사들이 IB 부문을 크게 강화하며 인력들을 흡수, 경쟁 환경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호조 덕에 몸집을 키웠던 증권사들은 IB부문을 확대해 대체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증권 IPO 부서 임원을 영입, IB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증권도 지난해 말 IB를 2부문으로 확대해 전통 IB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내걸고 사업을 확대 중이다. 메리츠증권도 최근 홈플러스 인수금융 차환을 돕는 등 IB부문 영업을 늘리는 중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는 증권사가 특정 기업 고객과 관계를 맺는다는 측면에서 기업금융의 진입로라는 인식이 있어 중소형사들도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라며 "크고 작은 거래를 담당해본 실무진들이 잇따라 증권가를 떠나고 있기 때문에 당장 공백이 생기는 것은 물론, 추후 인력 영입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