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압수수색에 심사 일정 더 지연될 듯
지연되는 거래소 심사에 목표 설정 어려운 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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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남은 3개분기 동안 기업공개(IPO) 건별 완주 성과가 증권사들의 주식자본시장(ECM) 주관 순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의 상장심사 기간이 지속 길어지면서 일감을 수주해놨던 증권사들은 연말 주관순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압박 분위기가 이어짐에 따라 거래소의 움직임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많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이 '파두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주관사를 맡았던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압수수색하면서, 근시일내 예정돼 있던 상장위원회가 줄이어 취소됐다. 연초까지도 상장 심사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하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심사 일정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그간 상장심사 기간 규정을 지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한 날부터 45영업일 내 심사 결과를 알려야 한다. 그러나 해당 규정이 준수되지 않은 지는 오래된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가 상장 심사 기한 연장에 부담을 느끼어 발행사로 하여금 상장 심사 기간 연장 신청서를 요구하는 사례가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거래소의 심사 기조는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상장한 발행사 측 관계자에 따르면 거래소는 영업이익 뿐만 아니라 매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곤 이를 뒷받침할 계약 증빙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거래소 내부적으로 발행사에서 제시하는 '추정 실적'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해진다.
거래소가 주주간 계약 내용에 대해 지적하는 분위기도 꾸준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들어선 상장 작업에 착수한 발행사로 하여금 특정 주주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계약내용의 시정을 요구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 주주 입장에선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선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 거래소가 예비 상장사의 기존 주주들로 하여금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하라고 요구한 것이 시초였는데 요즘은 다"라며 "금감원이 주관사를 압박하면서 거래소 내부적으로도 위축된 분위기가 감지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장심사 통과가 어려워지는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주관을 맡고 있는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IPO 일정 연기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주관 경쟁을 해야하는 증권사들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분기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ECM 전체 주관 1위와 2위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으로 1000억원가량 격차가 벌어진 상태다. 발행규모 측면에서 이미 3000억원을 넘긴 3~5위 증권사(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대신증권)들을 제외한 6위~10위 증권사(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삼성증권·SK증권·DB금융투자)들은 발행규모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특히 발행 규모가 조(兆) 단위인 유상증자가 또다시 진행되지 않는 한, IPO부문에서 호실적을 거둘 경우 ECM 전체 순위에 무리없이 안착할 수 있는 상황이다. IPO 주관도 5건의 IPO를 완료한 NH투자증권을 제외하면 모든 증권사들이 1~2건의 IPO 딜만을 완주한 상황이다. 딜 한 건을 더 완주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인 셈이다.
거래소의 심사 지연 배경을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평판 관리 또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거래소가 심사 일정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상장 신청을 자진 철회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거래소 상장심사부 내 세대갈등으로 인해 업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야기에 더해 정은보 이사장 취임 이후 임원 인사가 지연된 탓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상장 적격 판단에 있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만큼 거래소에서도 상장 심사를 승인내는 데 있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보여진다"라며 "이렇다보니 거래소 상장심사부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상 차질을 빚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