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더 굳건해지고, 김동선 더 넓어지고…더 명확해진 한화그룹 사업재편
입력 2024.04.08 07:00
    한화그룹 내 사업 분할·양도 통한 사업 효율화 작업
    주력 된 한화에어로 방산 사업, 유동성 부담도 분산
    유통 주력했던 김동선, 기계·소재 계열 승계 가능성
    장남-삼남 손 맞잡고 그룹 내 非금융 사업 교통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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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이 방산ㆍ인프라ㆍ우주항공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한다. 이번 재편을 통해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과 태양광을 제외한 비주력 계열사들을 정리할 계획이다. 정리 과정에서 이차전지 장비사업(한화모멘텀)은 셋째인 김동선 부사장의 몫이 될 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변화를 두고 장남과 삼남간의 ‘딜(거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주력인 방산업의 현금 흐름을 원활히 하려는 장남과, 한화로보틱스 등 비(非)유통업에 관심을 보였던 삼남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거래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 계열사간 ‘비금융 연합’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한화그룹 사업재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최상위 지배회사인 ㈜한화 아래에 흩어져 있던 해상풍력·플랜트와 태양광 장비 사업을 각각 한화오션 및 한화솔루션에 흡수시킨다. 다음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방산·항공우주 부문을 제외한 CCTV 공급·제조업(한화비전)과 산업용 장비(한화정밀기계)를 따로 떼어낸다. 

      결과적으로 한화오션은 회계법인 가치평가 기준으로 약 4000억원에 달하는 해상풍력과 플랜트 사업을, 한화솔루션은 370억원 규모의 태양광 장비 사업을 가져오게 된다.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부회장직과 한화오션 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양사 모두 김동관 부회장 소관에 있는 만큼, 그에게 유리한 거래가 될 수 있다. 

      김 부회장이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국내 최대 방산 전문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2022년 한화디펜스, 2023년 한화그룹 방산 부문을 각각 흡수 합병하며 방산 계열사를 통합해 몸집을 불려왔다. 첨단 방산전자 솔루션을 보유한 한화솔루션, 잠수함 위주의 조선업을 영위하는 한화오션과 달리 나머지 한화비전·한화정밀기계와는 사업 시너지가 적다는 지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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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가 건설 부문(한화건설)까지 흡수하면서, 한화건설이 한화그룹 내 ‘돈줄’을 막는다는 비판도 컸었다. 건설업 특성상 부채비율도 높은 데다 최근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영업난도 지속됐는데, 지배구조 문제까지 더해져 ㈜한화의 잉여 현금이 방산까지 제대로 흘러가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편으로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기업 최대 리스크인 ‘현금 흐름’에서 이점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방산기업은 대형 수주를 맺더라도 즉각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반면, 연구개발비와 제조비 등 대형 지출은 계속된다는 리스크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에 현금이 없어서 M&A 전략 및 투자까지 개점 휴업 중이다. 특히 건설 부문의 경우 장부상 반영되는 이익은 있지만, 실제로 확보되는 유동성은 없어 타격이 컸다”며 “미국 태양광 산업에 크게 기대는 한화솔루션도 사업 실적을 걱정하는 상황이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그룹 살림을 전부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오션·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는 이번 재편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높였다. 반면 한화건설과 한화글로벌은 경쟁력 있는 사업부 일부를 떼어주게 된 형국이다. 현재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한화의 부사장 자리에 올라 건설 부문 해외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 입장에선 손해보는 거래가 될 수도 있다.

      이에 투자업계에선 분할될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모멘텀 등 기계와 소재 부문 계열사를 김동선 부사장에게 넘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화그룹 형제들이 승계 관련 ‘교통 정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선 부사장간 ‘윈윈’을 노린 전략적 거래가 있었다는 해석이다. 최근 두 사람과 관계된 비금융 계열 임원들도 수차례 만나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 분야를 주로 이끌면서, 미국 햄버거 업체 ‘파이브가이즈’를 국내 론칭하고 ‘스텔라피자’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여왔다. 최근엔 한화로보틱스와 부동산업 등 비(非)유통 신사업에 대한 갈증이 높아지면서, 특히 기계·장비·로봇 산업군 인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M&A업계 관계자는 “한화모멘텀은 한화로보틱스와 시너지를 낼 수도 있고, 이차전지 산업 특성상우상향 실적이 전망돼 향후 알짜 사업이 될 수 있다”며 “김동선 부사장 입장에서도 한화모멘텀은 충분히 욕심을 낼 만한 사업이라, 김동관 부회장과의 질서 정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한화그룹의 사업 조정이 방산·태양광·기계 등 비금융만 대상으로 한 점, 금융 부문에 대한 발전 방안이 없다는 점을 두고 이런저런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 구조조정은 김동관 부회장의 입지가 한 층 굳건해졌고, 김동선 부사장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볼 수 있는 반면 김동원 사장은 드러나지 않는 모습이 됐다”며 “한화금융은 지분 구조상 한화생명이 금융사들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어, 한화투자증권·한화자산운용 등 투자 중심의 회사들이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여기도 밸류업에 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