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에 계속 칼 겨누는 금융당국…결국 목표는 '카카오' 본체?
입력 2024.04.08 07:00
    금감원, 카모 분식회계 의혹 금융위 상정
    회계기준 바꾸고 소명했지만 눈총 여전해
    김범수 수사 등 '카카오' 향한 압박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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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의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강한 압박이 이어지고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소명과 금융당국 판단에 맞게 회계기준을 바꾸는 등 '항복' 했지만 금감원의 눈총은 여전하다. 금융당국이 김범수 창업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만큼, 결국 '카카오'를 향한 압박이라는 시선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당국 제재 리스크(위험)가 카카오의 실적과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금융위원회는 감리위원회를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위반 안건을 논의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2020년부터 가맹택시 사업 매출을 부풀려 회계처리 위반이 발생했다고 판단해 감리에 착수한 바 있다. 금감원 측이 카카오모빌리티에 제재를 통보했는데, 최종 징계 수위는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확정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 사업을 하면서 기사(개인택시)나 택시회사(법인 택시)로부터 운행 매출의 20%를 로열티 명목으로 받고, 대신 업무제휴 계약으로 해당 사업자에 15~17%를 광고와 데이터 대가 등으로 돌려줬다. 실질 수수료는 3~5% 수준인 셈이다. 이런 구조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총액법을 적용해 20%를 매출로 계상했다.

      금감원은 총액법이 아닌 순액법에 따라 운임의 3~5%만 매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작년부터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감리를 진행해 올해 초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나오는 올해부터 금감원의 판단에 맞게 순액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수익(매출) 60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부터 적용해온 총액법이 아닌 순액법을 처음으로 적용한 수치다. 만약 지난해 매출을 기존의 총액법으로 적용하면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회계 기준 변경으로 외형상 수천억원의 매출 감소가 나타나게 됐다.

      올해 2월 금감원은 가장 높은 양정 기준인 '고의 1단계'를 적용해 통보했다. 양정 기준은 위법 행위의 동기에 따라 고의·중과실·과실로, 중요도에 따라 1~5단계로 나뉜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 법인을 상대로 90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을 추진하고 류긍선 대표에 대해 해임을 권고했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카카오 측은 금감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류 대표의 연임 안을 상정했다. 류 대표 연임 건을 두고 카카오 내부에서 이견들이 나왔으나, 사실상 회계 ‘판단’에 대한 이슈를 대표의 책임으로 해석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며 연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는 현재 기준 금융당국의 조치에 따라 ‘회계 방식’을 바꾼 수준이라 실질 기업가치 및 현금 흐름에 영향은 없다. 다만 모회사 카카오의 실적과 주가에는 실질적인 타격이 전해지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연결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이 수천억원 줄면서 자체 연결기준 매출도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 관련 이슈로 올해 1분기 카카오의 매출 예상치를 낮추고 목표 주가를 낮췄다. 카카오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익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주가도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매출 예상치를 낮춰 잡은 이유는 카카오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정책이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이 카카오그룹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만큼,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눈총도 결국 ‘카카오’를 목표로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카카오가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카카오를 향한 칼날을 빼든 바 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가 과거 여러 곳의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았을 때 회계 기준과 관련한 문제가 없었음에도 금융당국이 해당 이슈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리는 배경이 의아하다는 시선들이 있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우버(uber), 리프트(lyft) 등 글로벌 승차공유업체 등 ‘글로벌 스탠다드’ 회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금융 당국측에 소명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백기'를 들었음에도 금감원의 공세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작년 11월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의견 송치했다. 카카오 경영진과 더불어 SM엔터 인수 과정을 자문한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까지 검찰의 조사를 받았는데, M&A 거래에서 자문 변호사들이 입건되는 사례는 드물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당국이 다소 무리하고 있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재판 절차에서 해당 변호사들의 메신저 대화 내역 등이 공개되는 등 공방이 치열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분식 회계는 숫자를 임의적으로 가공하거나 조작하는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카카오 건은 '회계 기준' 판단의 문제라 금감원이 문제 삼는 배경이 무엇이냐 하는 의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시기적으로 SM엔터 사건과 맞물리며 해당 이슈가 불거진 점을 고려하면 결국 당국이 전방위로 '카카오'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카카오모빌리티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