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기대감에 여당 선전 전망 반영? 총선 앞두고 다시 '저PBR株' 주목
입력 2024.04.08 16:02
    10일 총선 앞두고 저PBR 종목 주가 상승세
    기아, 인베스터데이 혹평에도 주가↑
    "이틀째 이어지면 밸류업 기대감 높아진 것"
    총선 결과에 주목하는 시장…CPI 발표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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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그간 조정받는 모습이었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1분기 실적 시즌에 접어들며 수출대형주 및 금융주의 실적이 기대 이상일 거란 전망이 무르익고 있는데다, 여당이 의외로 선전하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동력을 잃지 않으리란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8일 국내 코스피 지수는 강보합세를 보이며 2700선을 사수했다. 1%포인트 이상 하락한 코스닥 대비 강한 모습이었다. 이날 지수는 저PBR주로 분류되는 은행주, 증권주, 자동차주 등 종목들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며 견인했다.

      이날 가장 주가 상승 폭이 컸던 종목은 자동차 관련주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모두 전일 대비 3%대 주가 상승폭이 나타났다. 특히 기아의 경우, 5일 개최된 'CEO 인베스터데이'를 두고 새로운 주주환원 발표가 부재하고 밸류업 이후 기업가치 결정의 변수인 전기자동차(BEV) 판매 및 기술 전략의 구체화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는 증권가의 혹평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의 주가는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은행주 역시 일제히 주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전일 대비 2.4%가량 오른 5만9200원 주가를 기록하며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KB금융과 신한지주 각각 0.7%, 0.3% 수준의 주가 상승세가 나타났다. 증권주의 주가도 일제히 오르는 분위기였다.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의 주가는 1%중후반대의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금일 저PBR 종목들의 주가 상승은 단순히 순환매적 성격으로 보여진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8일에 이어 9일도 증시 흐름이 유사하다면 다양하게 해석을 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총선 및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등 이번주 중반 증시에 영향을 줄 변수 현실화를 앞두고, 일단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들어왔다는 점이 이날 증시의 특징이었다. 오는 10일 치뤄질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한국시간으로 같은 날 저녁 미국이 3월 CPI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간 정부는 자본시장 관련 정책들을 대거 제시해왔다. 연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거래소 신년사로 금투세 폐지를 공언하거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대거 끌어당겼다. 다만 총선 결과에 따라 제시한 정책들의 지속성이 좌우될 수 있는 점은 우려돼 왔다. 국내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에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해외 기관들도 지속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달 전 발표된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 세부방안을 두고 '실효성 부재'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수혜를 받던 저PBR 종목들의 주가가 일부 하락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의 지속성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3월 말과 달리 최근 보수 결집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의석수를 여럿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시장에선 일부 형성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는 국민의힘이 일정부분 선전하는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대가 다시 한번 커지면서 저PBR 주들의 분위기 반전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사들의 최근 관심은 모두 한국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쏠려 있었다"라며 "다만 총선 전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기우는 듯한 분위기가 일부 형성되면서 해외기관들로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여럿 들리긴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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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CPI 역시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 3월 헤드라인 CPI 전망치는 3.5% 수준이다. 지난해 9월 3.7% 이후 가장 높고, 전달 대비해서도 0.3%포인트 반등하는 수준의 물가다.

      이에 따라 3월 CPI는 증시에 우호적이진 않을 전망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PI가 예상치를 하회할 경우 증시 반등 시도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총선이나 CPI 발표 결과와 무관하게 그간의 변동성에 따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저PBR주들의 주가가 과격하게 등락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간 코스피 지수의 상승을 주도해왔던 만큼 저PBR주들의 단기 매물 소화가 이뤄질 경우 주가 하락 폭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리어닝 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실적 전망이 꺾인 은행주들의 주가 상승세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코스피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주역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실적 서프라이즈 공개 직후 상승폭이 제한된 모습이다.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 강도가 둔화된 상황에서 기관들의 매물이 출회된 여파라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워낙 관심이 정책적 호재에 쏠려있던 까닭에 특정 정책이 증시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이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며 "다만 주식시장은 복합적으로 움직인다. 정부 정책 몇개 만으로 인위적으로 증시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시도에 대해서 여전히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