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는 짧게 질의만 받아…케이뱅크 먼저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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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주관사 선정 이후 상장 속도 조절에 나서며, 케이뱅크가 먼저 공모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상장을 추진하며 상장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내부 정리가 끝난 상황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토스가 케이뱅크를 먼저 보내며 시장의 투자심리를 확인한 후 공모 절차에 나서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토스가 시장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기업가치가 비교적 높은 점을 감안해서다. 케이뱅크의 공모 흥행 여부에 따라 토스가 금융 관련 종목이 아닌 플랫폼 기업들을 피어그룹(비교기업)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 주관사들은 상장을 위한 기업실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를 위해 주관사 관계자들은 케이뱅크 본사에 상주하거나 주간 회의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토스는 지난주 이틀간 주관사들로부터 질의를 받고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실사를 짧게나마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상장 전 기업 실사는 주관사가 기업에 상주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토스는 다소 짧은 기간 동안 질의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이 특이하다"라며 "상장 작업이 그리 급하지 않은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토스는 2월 초 주관사 선정 이후 주관사들과의 주관 계약을 한 달 정도 늦게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관사 재선정에 나섰던 케이뱅크 보다 2주가량 일찍 주관사를 선정했지만 실사가 비슷한 시기 추진되고 있는 이유다.
반면 케이뱅크는 상반기 내 상장 예비심사(이하 예심)를 청구하고 올해 안에 코스피 시장에 입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추고 있다. 토스가 케이뱅크보다 먼저 주관사를 선정하긴 했지만 케이뱅크가 먼저 증시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케이뱅크가 먼저 상장 절차를 마무리할 경우, 토스뱅크를 보유한 토스가 인터넷전문기업에 대한 기관들의 투심을 미리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국내외 기관들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각은 다소 호의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케이뱅크의 가장 강력한 피어그룹 후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가 호실적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전년대비 35%가량 개선된 3549억원의 순이익을 지난해 시현하면서다. 전통 은행에 비해 비용 구조가 유리한 점도 매력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모두 상장 이후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혁신을 보여주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점은 부담이다. 두 기업의 주가 또한 상장 이후 크게 하락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3만9000원에 상장했고 상장 첫달 9만원대까지 주가가 올랐지만, 최근 주가는 2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며 주가순이익비율(PER)은 계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일각에선 토스와 케이뱅크의 사업구조가 다소 다른 만큼 단순 비교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쉽게 말하면, 토스는 은행, 보험, 증권 등 일반 금융지주가 영위하는 사업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반면 케이뱅크는 은행업 위주로 영위하고 있다.
토스가 시장에서 인정받길 원하는 기업가치 수준이 주가순자산비율(PBR) 20~30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케이뱅크의 상장 흥행 여부가 토스의 상장 흥행의 당락을 결정짓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스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피어그룹을 선정할 경우 원하는 만큼의 밸류를 산정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임을 감안한다면, 토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를 합쳐 비교하는 것이 비교적 정확하고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를 비교군으로 삼으면 된다. 사업구조가 다소 다르다"라며 "비슷한 금융주로서 피어그룹 또한 유사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있는데 토스가 원하는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플랫폼 기업들도 일부 피어그룹에 포함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