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평사들, 은행업에 경고장…관치·부실 확대에 신용도 ‘조마조마’
입력 2024.04.12 07:00
    무디스, 국내 은행업 시스템 전망 낮춰
    피치도 은행 수익 악화 우려
    대외환경 악화로 부실 커지는 상황에서
    ELS 배상 등 관치도 부정적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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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은행에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지난 몇년간 사상최대 이익을 경신했지만, 이전과 같은 수익을 내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더불어 정부의 지나친 관치도 은행 건전성을 흔드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은행들은 글로벌 신평사의 ‘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국내 은행 시스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피치는 ’정부의 ELS 배상 압박으로 은행권 이익이 역풍을 맞았다‘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은행 영업이익이 최소 6%에서 최대 34%까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무디스는 다음달 국가신용등급과 국내 은행 신용등급에 대한 오프라인 세미나를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미나가 열리게 된다면 현 상황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질의와 답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5월 하순 국가신용등급 및 은행업에 대한 세미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신평사들은 국내은행에 대해서 부정적인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그 배경은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건전성 악화가 진행되고 있고,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 등 관치로 인해서 수익성 악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향후 12~18개월 내 한국 은행들이 영업환경, 자산 건전성, 수익성이 악화할 것을 예상했다. 더불어서 2024~2025년 한국의 실질 GDP는 증가율이 2%의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 등으로 대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NIM하락도 예상하고 있다. 무디스는 “이자 부담과 높은 생활비로 인해 민간 개인 소비력이 감소하면서 한국 산업 전반의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NIM은 약화하고 있다”라며 “은행들의 NIM 추정 평균이 지난해 1.6%에서 1.5%로 축소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연체율도 꾸준히 올라 지난해 말 0.38%에서 향후 18개월 내 0.5% 수준까지 오를 것이란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신평사들이 은행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자 은행 리스크 담당자(CRO)들은 향후 이들이 개별 은행에 대한 신용평가를 변경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디스, 피치 등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개별 은행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수익성이 나아지면서 그간 신용등급이 개선되어 왔다. 국민은행은 무디스 기준 지난 2018년 장기 은행예금등급 및 선순위 무담보 채권등급이 ‘A1'에서 'Aa3'로 상향 조정된 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5년 ‘Aa3'를 획득한 이후 2017년 등급전망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신용등급이 'A1'에서 ’Aa3'로 격상됐다. 우리은행의 신용등급도 상향되었지만 아직까진 경쟁사보다 한단계 낮은 ’A1'이다.

      과거 2016년 무디스는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떨어뜨린 바 있다. 당시 무디스는 한국 은행들이 어려운 영업환경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하고, 우리은행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다른 시중은행 등급 전망을 낮춘바 있다. 당시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은 대우조선 사태 등으로 인해서 ‘어닝쇼크’가 나는 등 장기간 저금리 등 어려운 환경에 직면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에 ‘경고장’이 지난번 보다 파급력이 클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상생금융, ELS배상 등으로 어려워진 대외환경에서 정부마저 은행들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투자자들이 이런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등을 돌리려고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신용등급 관리에 신경쓰는 까닭은 자금조달 비용과 직결되어 있는 탓이다. 통상 은행들은 은행채 등을 통해 자본비율을 관리하는데, 신용등급에 변동이 생기면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변수가 생길 여지가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클 것이다“라며 ”지나친 관치가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지 않게 적극적으로 은행 신용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