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쇼크·野 압승 총선에도 2700 사수한 코스피…기관·외국인 '힘겨루기'
입력 2024.04.11 15:51
    기관 매도세에 266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
    오후 외국인 매수 나서며 2700선 회복해
    물가 부담되지만 저PBR주 저점 기대감 작용
    정책 제동 불가피해 민감도 따라 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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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과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에 하락 출발했던 코스피가 외국인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2700선을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와 밸류업 동력 상실 우려에도 불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들에 외국인의 반발 매수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2703.44(-0.06%)에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 기관투자자가 대량 순매도에 나서며 2660선까지 밀렸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며 2700선 사수에 성공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3월 CPI가 전년 대비 3.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에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며 연내 금리 인하 횟수도 3차례에서 2차례로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채권 금리와 환율도 재차 상승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5%를 넘어섰고, 증권가에서는 원·달려 환율이 1380선까지 오를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54.9원)보다 10.1원 오른 1365원에 출발했다.

      이에 더해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며, 당초 개장을 앞두고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올해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저PBR 관련주들이 정부의 정책 민감도가 큰 만큼, 여당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실제로 개장과 함께 기관투자자가 순매도에 나서며 코스피는 지난달 20일 이후 처음으로 2700선이 무너졌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의 반발 매수세가 이를 만회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9078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투자자는 9439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수급은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 위주로 쏠렸다. 저PBR 관련주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대표적인 저PBR 관련주이자 자동차주인 현대차(5.70%)와 기아(2.87%)는 상승 마감했다. 

      반면 같은 저PBR주인 금융주와 보험주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KB금융(-1.16%)과 하나금융지주(-0.17%), 신한지주(-1.15%)가 하락했고, 특히 삼성생명(-5.03%)과 삼성화재(-3.75%) 등 보험주의 하락폭이 컸다. 

      이처럼 저PBR주의 희비가 엇갈린 데는 정책 민감도가 작용했단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오후 들어 저점 매수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외국인의 수급이 몰렸지만, 상대적으로 정책 민감도가 높은 금융주와 보험주보다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들 위주로 매수세가 강했다"며 "아무래도 큰 틀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유지될 순 있겠지만, 선거 결과를 고려할 때 세부적인 정책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