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으로 국내 펀딩 시장 경쟁 치열
중소형 PE, 국내 시장 갈수록 어려워지며 ‘볼멘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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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해외에서 주로 자금을 모았던 대형 사모펀드(PE)들이 대거 국내 출자 시장에 뛰어들면서 펀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중소형 PE들의 설 자리도 좁아지고 있다. 과거 운용 펀드의 회수 실적이 출자 티켓을 따내는 데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올해 출자사업 준비에 분주하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3월 말 한국원자력공단이 모집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의 PEF 출자사업에 도전했고, 한앤코도 작년부터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등 국내 출자사업에 잇따라 참전했다. 한앤코가 국민연금 출자사업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약 80억 달러(한화 약 10조4000억원) 규모의 6호 블라인드 펀드를 모집 중이고, 한앤코 역시 4호 펀드(약 3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모으는 중이다. 최근 글로벌 자금시장이 대외적 변수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과거보다 해외 자금 조달이 녹록지 않다. 이러다보니 해외 연기금 등에서 주로 출자를 받아온 두 PE들도 국내 각종 출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올해 국민연금 출자사업에서도 역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4월부터 PEF 대상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전년보다 약 30%가량 규모를 늘릴 것으로 전해진다. MBK파트너스, 한앤코 등 국내 초대형 PE 외에 JKL파트너스, VIG파트너스 등 굵직한 하우스들이 대거 참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중소형 PE들은 국내 출자시장에서 설 자리가 좁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주로 활동하던 하우스들이 국내 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MBK파트너스가 원자력환경공단의 방폐기금 공고에 뛰어든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기금 출자금은 1000억원으로 선정된 PEF 운용사 네 곳이 해당 재원을 나눠갖는다. 동일한 비율로 가정시 기금으로부터 받는 재원은 250억원 정도다. 총 펀드 규모는 최소 2500억원 이상이다. 10조원 단위의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는 MBK파트너스가 이 같이 작은 규모의 펀딩에 뛰어드는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국가기금인 데다 원자력공단의 첫 PEF 출자사업으로 기대감이 컸던 중소형 PE들은 MBK파트너스의 등장에 '체급차이'가 무시된 기분을 느끼고 있다.
한앤코 역시 주로 북미나 아시아 위주로 해외 연기금을 주요 출자자로 두고 있는데 작년부터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주요 연기금 출자사업에 꾸준히 도전했다. 현재 국민연금을 비롯해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상태다.
한 PE업계 관계자는 “한앤코의 작년 국민연금 출자사업 도전, MBK파트너스의 방폐기금 접수 등의 사례를 보면 두 사모펀드의 과거 펀딩 기조에 변화를 볼 수 있다”라며 “북미에서 자금을 모집해 한중일 등 아시아 시장에 투자한다는 게 원래의 컨셉인데 요즘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PE들의 투자 회수 실적은 갈수록 중요해질 전망이다. 국내 출자시장 티켓을 따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데다 고금리 여파로 투자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는 탓이다. 포트폴리오 실적에 따라 PE들 사이의 양극화 현상도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요즘 연기금, 은행, 캐피탈 등 금융사들은 출자한 펀드가 조속히 회수돼 또 다른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대형 PE들이라고 하더라도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빠른 펀드 청산을 장담하는 곳들 위주로 펀딩에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