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는 여야 인사 각각 영입해 정비
다양해진 업무에 리스크관리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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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사 규모가 커지면서 대관 업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주자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대통령실, 국회 의원실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며 대관 진영을 꾸렸다. 엔터사의 사업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민관 협력, 리스크 관리, 규제 대응 등 대관 역량 강화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SM엔터테인먼트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실 출신인 윤준호 전 보좌관을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윤 부사장은 2003년부터 국회 보좌진으로 활동했고 20·21대 국회에서 이 의원실 보좌관을 지냈다. SM엔터에서 ‘대외협력 총괄’ 임원직은 기존에 없던 직책으로, 올해 윤 부사장을 영입하며 신설됐다.
앞서 엔터업계 대표기업 하이브는 여야 의원실 인사들을 영입하며 대관 진영을 정비한 바 있다. 하이브는 2022년 오재훈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프로젝트 리드 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오 부사장은 전해철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한 전해철 전 의원은 진보진영 텃밭인 경기 안산에서 3선을 지낸 대표적인 민주당 인사다.
또한 하이브는 민선홍 전 대통령실 대외협력 비서관실 행정관을 대외협력실장으로 두고 있다. 민선홍 실장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 출신으로, 주중대사를 역임한 권 의원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시절 모두 사무총장을 맡은 대표적인 보수진영 인물이다.
이처럼 대형 엔터사들이 앞장서 대관 진영 정비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엔터업계의 급격한 성장과 높아진 리스크(위험) 관리 중요성이 있다. 규모가 가장 커진 하이브가 대외 협력 조직을 선제적으로 시스템화시켰다는 평이다. 하이브는 앞서 엔터사에서는 드물게 아티스트 홍보와 별개로 기업 커뮤니케이션 담당 홍보 조직도 꾸린 바 있다.
SM엔터는 지난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의 매각된 후 체제 정비에 나섰다. 특히 SM엔터는 모회사인 카카오가 계속해서 당국의 눈총을 받는 등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리스크 예방'이 중요해졌다. 최근 SM엔터는 기업 IP PR 조직도 구성했다.
엔터사 내에서 정부 출신 인물들이 맡게 되는 역할은 언론계 출신 커뮤니케이션(홍보) 담당 인사들과는 다르다. 후자가 미디어 등 시장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전자는 정부와의 소통, 각종 규제 및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다.
대관에 앞서 커뮤니케이션 담당 인사들은 이미 다수 회사가 진영을 정비한 바이기도 하다. 하이브의 박태희 CC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는 중앙일보 출신으로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홍보실장을 거쳐 지난해 하이브로 적을 옮겼다.
하이브는 지난해 기준 자산 규모가 5조 원을 넘게 되면서 가요계 첫 대기업 지정이 유력하다. 하이브가 올해 새로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시 의무와 사익 편취 금지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지분 31.57%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설립자인 방시혁 의장은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업계에서는 하이브, SM엔터의 뒤를 이어 다른 엔터사들이 대관 진영을 정비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대표 엔터사지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JYP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대관 인사 영입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 국회 출신 업계 관계자는 “엔터사들도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이슈가 생기다 보니 ‘리스크 관리’ 경험이 쌓여있는 정치권 인사들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라며 “대관 업무 자체가 회사 규모나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진 이후에 필요한 부분이다 보니 하이브나 SM엔터 외에 다른 회사들이 구성하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실무적으로도 향후 엔터업체에서 대외협력 담당 인사들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엔터사의 사업이 단순 ‘음악’ 혹은 ‘아이돌’ 사업을 넘어선 만큼 여러 민관 기관과 협력하고 소통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서울 전역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는데, 이런 대규모 행사는 단순히 회사 측 주도가 아닌 다양한 기관의 협력이 필요하게 된다. 당시 여의도 부근 일부 도로가 전면 통제되고 대중교통 운행 횟수와 배차가 달라지기도 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뿐 아니라 영등포구청, 경찰, 소방 등 관계 기관들의 유기적 협조가 필요했던 부분이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외부서 영입하는 대관 담당(대외협력)에 가장 기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들이 가진 ‘네트워크’인데, 이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자체 등과 소통할 때 접근성이 높아지고 원활한 소통을 돕게 되는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