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전환 시 대출 대비 상환 어려워
신규 자금 투입 없이도 오너 지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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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을 두고 채권단이 반발하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출자전환이 채권단에겐 부담스러운 결정이지만, 대주주에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경영권을 강화할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산업은행은 18개 금융기관과 함께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태영건설 PF사업장 실사 결과 및 기업개선계획을 논의했다. 운영위는 이날 PF사업장 처리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태영건설의 재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감자 및 출자전환 등 정상화 추진 계획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18일 전체 채권단 설명회를 거쳐 기업개선계획을 금융채권자 협의회에 부의할 계획이다.
태영건설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완전 자본잠식의 근본적 해소를 위해 1조원 수준의 출자전환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대주주 TY홀딩스가 100:1, 기타 주주가 2:1 비율로 차등 감자를 실시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일부 채권단은 출자전환 결정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대출과 비교해 상환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부실채권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투자자금이 장기적으로 묶여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산업은행이 주도한 구조조정 중 한번에 순탄하게 성사된 거래는 손에 꼽는다. 산업은행이 2017년 출자전환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22년만에 새 주인을 찾았고, 2016년 출자전환한 HMM은 지난 2월 매각이 무산됐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장기간 진행되는 워크아웃 특성상 태영건설의 경영 정상화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보니 채권자는 상환 가능성이 낮은 출자전환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주주가 질 책임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점도 불만이다. 출자전환을 무상감자 전이 아닌 후에 진행할 경우 대주주는 지분을 더 늘리게 된다. 태영건설의 경우 대주주 지분은 신규 자금 투입 없이도 기존 41.8%에서 약 60%로 높아진다는 평가다. 현재 대주주 지분비율은 ▲TY홀딩스 27.8%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 10.0% ▲윤세영 창업회장 1.0% ▲윤석민 회장 부인 3.0% 등으로 이뤄져있다.
대주주인 TY홀딩스는 대여금 등 기존 채권의 100%, 금융 채권단은 무담보채권의 50%를 출자전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TY홀딩스는 ▲사모펀드 KKR에서 빌려 태영건설에 대여한 4000억원의 100% 출자 전환 ▲워크아웃 개시 이후 태영건설에 투입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등 3300억원 영구채 전환 논의 등의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감자 비율을 두고 채권단은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앞선 금호산업·금호타이어·STX조선해양·동부제철 등의 구조조정 사례와 달리 대주주의 감자 비율은 높이고, 소액주주의 감자 비율은 낮췄다. 소액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무상감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대주주 지분 가치는 태영건설의 거래정지 시점을 기준으로 약 400억원에서 4억원으로 낮아진다.
향후 10여개 PF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 청산 진행 과정에서도 후순위 투자자 및 제2금융권의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개선 계획에 대한 채권단 동의 비율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채권단 내부의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합의 도출이 쉽지만은 않다는 분위기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태영건설은 출자전환을 하더라도 배당하지 않는 이상 채무자 입장에서 추가로 나갈 비용은 없다"며 "대주주가 쉽사리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채권자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TY홀딩스는 "지주회사인 TY홀딩스가 자회사인 태영건설에 워크아웃 전후로 큰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다보니 출자전환 규모가 커진 것이며, 인위적으로 지분을 높이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며 "채권단도 채권 회수를 가장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안을 결정한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