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3조 바라지만 원매자 시각과 괴리
원매자는 가격 떠나 1등 입찰자에 팔까 의문
매각 확실성 없으면 수십억 실사비 날릴 수도
-
태영그룹은 에코비트를 매각하면서 3조원대 몸값을 희망하고 있다.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려는 목적인 만큼 희망가를 낮추기 쉽지 않은데 시장에선 그보다 낮은 금액을 적정가로 보고 있다. 잠재 인수후보들은 입찰에서 형성된 금액이 낮을 경우에도 매각할 것인지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매각 확실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비용과 노력을 들이기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이달 초 티저레터 발송을 시작으로 에코비트 매각이 본격화했다. 이르면 내달 예비입찰을 거쳐 연내 매각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TY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PEF) KKR이 보유한 에코비트 지분 100%다. UBS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매각을 주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이미 에코비트 전신인 TSK코퍼레이션에서 발을 뺐고, 최근 SK오션플랜트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빅딜을 추진할 상황이 아니다. LX그룹은 수천억원대 M&A를 여러 건 진행한 경험이 있지만 신중한 그룹 문화상 수조원대 거래에 참여할지 미지수다.
결국 대형 PEF가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에코비트 매각 결과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정통 경영권인수(Buy-out)는 물론 크레딧, 인프라 등 다양한 전략을 펴는 국내외 PEF 운용사들이 잠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태영그룹은 TY홀딩스와 태영건설간 연대보증, 향후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 채권단 지원금 상환 등을 감안하면 에코비트를 3조원 밑으로 팔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3조원에 팔아 1조5000억원을 쥐어도 세금과 KKR 대상 사모채(4000억원, 이자율 13%) 상환 등을 감안하면 가용 자금은 수천억원으로 줄어든다. TY홀딩스는 올해 에코비트를 팔아 3000억원 이상을 태영건설에 지원할 예정이다.
PEF 후보들은 에코비트에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예전보다 환경기업 자체의 거래배수가 낮아졌고, 일부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갖기도 한다. 용량이 무한하지 않은 폐기물 매립 사업을 수처리나 소각 등 다른 사업과 같은 선상에서 평가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에코비트의 현금창출력 절반은 매립 사업에서 발생한다. 태영그룹 생각과 다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여러 PEF들을 살펴 보면 그래도 2조원 초중반 가격이면 해볼 만하지만 3조원까지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PEF들은 입찰 과정에서 태영그룹이 원하는 가격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에도 매각을 할 것이냐 의문을 갖고 있다. 에코비트가 좋은 자산이긴 하지만 후보들이 사실상의 매각 기준점을 충족하긴 쉽지 않다. 금액을 떠나 입찰에서 1위를 차지한 곳에 판다는 확신이 없으면 괜한 노력만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성을 안고 수십억원에 달할 실사 비용을 쓰기는 부담스럽다.
태영그룹은 수익 극대화가 아닌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움직이는 상황이다. 자금 소요가 있는 만큼 에코비트 희망가가 높다고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다만 매각을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신호를 주지 않으면 인수후보들이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인수 경쟁 강도 완화, 나아가 입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매각 주관사는 그런 상황에 놓일 경우 태영그룹과 의견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인데 아직 확실한 방침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매각을 추진하는 의미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태영그룹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잠재 인수후보 사이에선 입찰 결과 어떤 가격이 나오더라도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에 팔겠다는 확신이 없다면 실사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태영그룹 측은 "매각 주관사 주도로 원매자에 상황을 잘 설명하고 최대한 좋은 값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