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넣고보자'…올해 최대 IPO HD현대마린 수요예측에 기관들 북적
입력 2024.04.24 07:00
    높은 배당성향·독점 구조에 올해 가장 큰 딜 가능성
    대형주인만큼 락업 길게 가져가는 전략도 등장해
    IR 과정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IR북 미공개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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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스피 상장을 앞둔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매크로 악재로 인해 증시가 박스권 분위기로 흐르는 가운데, 공모주에서 추가 수익을 내려는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의무보유확약(락업) 물량 비중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수요예측이 과열되는 양상도 관측된다. 다만 설명회 과정에서 IR북의 공개 여부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등 잡음도 적지 않은 모양새다.

      HD현대마린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국내외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결정될 공모가를 바탕으로 25일부터 이틀간 공모청약에 나선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 UBS증권, JP모간이며 공동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부분의 국내외 기관들이 공모가 밴드 상단보다 높은 10만원대 가격으로 주문을 넣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모 물량을 추가로 받기 위해 락업 기간도 3~6개월 수준으로 길게 써낸 것으로 파악된다. 연초 기관들 사이에서 ‘상초미확’(상단 초과, 의무보유기간 미확정)이 유행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단 기관들은 HD현대마린이 제시한 배당성향에 높은 점수를 보내고 있다. HD현대마린은 기관 대상 설명회를 진행하며 상장 당해년도인 올해부터 3년간 약 50~70% 수준의 배당성향을 배당의 기본 원칙으로 삼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배당성향 50%는 지난해 상장에 나서려다 좌절한 서울보증보험 역시 핵심 투자 매력으로 내세웠던 수준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기관들 사이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이 배당성향을 높게 유지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이 꽤나 회자됐다"라며 "현금 배당을 중시하는 외국계 기관들 뿐만 아니라 국내 연기금들도 관심을 크게 가질 수밖에 없는 요소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공모주 대어(大魚)가 출격하면서 여러 기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HD현대마린은 올해 코스피 시장에 출격하는 공모주 중 가장 발행 규모가 크다. 공모 희망가밴드 상단 기준 공모규모만 7400억여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예정된 공모주 중 가장 큰 수준이다. 당초 '단순 조선 기자재ㆍ수리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던 기관들도 이번 청약이 올해 공모주 투자 성과를 가를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에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역시 투자 수요가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코스피지수는 19일 장중 한 때 3% 이상 폭락했고, 22일엔 반대로 1% 이상 급등했다. 물가ㆍ전쟁ㆍ환율 등 글로벌 매크로 악재가 잇따라 불거지며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상단도, 하단도 자신있는 베팅이 어려운 박스권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있는 수익원인 공모주에 다시 관심이 모인 것이다.

      HD현대마린은 IR 과정에서 형평성 이슈에 휘말리기도 했다. 정보 보안을 이유로 일부 기관들만 선정해서 IR을 진행하면서도, IR북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IR북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형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시장 환경 급변에 따라 수요예측 결과가 뒤집혔던 에코프로머트리얼즈 전례를 감안하면 HD현대마린도 수요예측이 끝나기 전까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변수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주 HD현대마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이렇게 뜨거운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일단 물량을 확보하고자 10만원 이상을 써내는 기관들이 많다"며 "부진한 주식시장에서 투자할 종목이 많지 않은 만큼 그 자금이 IPO 시장으로 몰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