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제안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
2021년 국내서 빌린 자금, 몇개월 뒤 상환
당시 참여사들 등돌리면 조달 선택지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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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세계 3대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의 중순위 메자닌 차환 시도에 투자업계 일각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인수 당시 국내 유수의 금융사들이 선순위 대주단으로 참여했는데,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리파이낸싱을 통해 거래 관계를 종료한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이하 센트로이드) 측이 제시하는 조건이나 향후 사업 전망이 썩 반색할 수준은 아니란 평가도 나온다.
최근 JB우리캐피탈은 국내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테일러메이드 중순위 리파이낸싱(차환) 티저레터를 배포하고 투자설명서(IM)를 준비하고 있다. 리파이낸싱 규모는 3000억원 수준이며, 새로 제시하는 대출 금리는 약 9%대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리파이낸싱보다 리캡(자본재구조화)에 가깝다. 신규 지금 3000억원 중 일부는 센트로이드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발행한 상환우선주(RPS) 상환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기존 투자자 자금 회수 성격으로, 공동 투자자인 F&F의 메자닌을 갈아끼울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사와 기관투자가 사이에선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이 엿보인다. 7~8% 수준을 오가는 선순위 대출 금리와 격차가 크지 않아 투자 매력도가 낮다는 것이다. 선순위보다 위험성이 큰 메자닌 투자다 보니 웬만한 조건으론 참여하기 어렵다는 곳도 있다. 이런 시기 굳이 다른 투자자 자금 회수를 위해 나서긴 부담스러울 수 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처음엔 의류사업 중순위 투자라고 왔는데 결국 구조적으로는 메자닌을 갈아끼우는 용도"라며 "티저를 봤지만 매력이 없어 못한다고 거절했는데, 캐피탈사와 중소형 증권사가 3000억원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JB우리캐피탈로부터 공동주선 제안이 왔지만 모으기 어렵다 판단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C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선순위와 금리 차이가 200bp(2%) 내외인 중순위 투자 건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진행 중인 것은 알지만 우리는 참여할 수 없는 건"이라며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등을 찾아다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조건을 떠나 테일러메이드의 실적이나 골프산업 성장성에 대해 의문 부호를 갖는 시각도 있다. 팬데믹 기간 보여준 고공 성장을 앞으로도 이어가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테일러메이드 매출은 2020년 9억3800만달러에서 2022년 16억달러로 늘었는데, 작년엔 성장세가 둔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메이드코리아 역시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E 시중은행 관계자는 "골프산업이나 회사의 성장성이 보이지 않고 커버넌트(재무적 안전장치)가 약해서 티저레터만 받고 검토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F 증권사 관계자는 "골프장이나 용품, 어패럴은 실적이 빠지는 산업이고 상환능력 우려가 커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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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센트로이드의 행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센트로이드는 2021년 8월 17억달러에 테일러메이드 경영권을 인수하며, 1조원대 인수금융을 조달했다. 당시 트랜치 별로 4% 중반, 7% 중반대 금리가 제시됐다. 국내 투자사의 글로벌 기업 인수, 우호적인 투자 조건 덕에 시장의 큰 관심을 모았다. 유수의 금융사들이 참여했고 교직원공제회, 한국증권금융, 신협중앙회, 농협중앙회 등 큰손들도 론펀드를 통해 투자를 단행했다.
센트로이드는 2022년 초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도움을 받아 해외에서 10억5000만달러를 조달했고, 국내 인수금융을 상환했다. 당시 차입 금리를 크게 낮춘 효과를 봤지만 수 개월 만에 투자 자산을 다시 거둬들여야 하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기억이 남아 있는 당시 대주단들은 테일러메이드 중순위 투자 건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G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제안을 받지는 않았지만 센트로이드는 우리에게 미안해서라도 참여 요청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에게 중순위 차환을 요청하면 양심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H 증권사 관계자는 "테일러메이드 투자 당시 자금 모집 주선을 맡기겠다고 해서 준비를 다 해놨더니 막판에 다른 곳으로 바꿨다"며 "GP(센트로이드) 요구는 아니고 새마을금고 쪽에서 개입했던 탓으로 보이지만 같이 일하긴 어렵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쟁쟁한 금융사와 기관투자가들이 등을 돌리면 센트로이드의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단 JB우리캐피탈은 지난 인수금융 대주단에 참여했었지만 이번에도 중순위 차환 거래를 이끌고 있다.
센트로이드는 최근 국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테일러메이드 선순위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일부 금융사에 티저레터를 제시한 정도인데 중순위 메자닌 차환과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 자금으로 차환한 후 금리가 급등한 점을 두고 시기를 잘못 잡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JB우리캐피탈 측은 "코로나 기간에 폭등했던 숫자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골프장 사업은 어렵지만 골프용품은 생각보다 많이 꺾이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