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도 채권도 매력 없다"…투심 냉랭
쓱닷컴도 성장 요원…"부동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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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은 지난달 정용진 회장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후 구조조정, 조직 개편, 계열사 합병, 자금 조달 등 내실 다지기 작업이 한창이다. 그룹 전체가 ‘위기 돌파’에 분주하지만 시장의 기대치는 높지 않은 분위기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한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재무 부담까지 더해졌다. 이커머스인 쓱닷컴(SSG닷컴) 성장은 더 요원해졌고, 재원 확보를 위한 가용 자산 활용도 오히려 ‘경고등’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룹의 ‘중심’인 이마트는 장기적인 사업경쟁력 약화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부진과 업황 부진, 거시 경제 침체까지 겹치면서 주가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달 16일에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가가 5만원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정기 주총에서는 정용진 회장의 과도한 보수 책정,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에 대한 주주들의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이마트 주가가 ‘역사적 저점’을 찍었는데, 더욱 우려되는 점은 ‘저점’이 어디일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마트에 대한 우려는 시장에서 몇 년째 계속 나오고 있지만, 크게 개선되는 바가 없이 실적은 계속 떨어졌고 기업가치도 하락했다. 회사가 제대로 된 경영 방향성을 전혀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됐다. 오프라인 소매유통 부문의 사업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이커머스 부문 투자 성과 발현이 지연되는 점이 크다. 이커머스 부문의 높은 비용 부담은 계속되는데 시장 경쟁 심화로 시장지위 상승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쿠팡은 흑자 기조로 돌아서며 앞서나가고 있고,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2018년, 2022년 외부 투자유치 당시 제시된 실적 개선과 성장 기대감은 줄어든 상태다. 수익성 중심 전략을 세우고 적자 규모가 줄긴 했지만 쓱닷컴은 여전히 적자다. 중국업체의 저가공세에 다시 ‘출혈경쟁’이 예고되면서 수익성 중심 전략이 통할 지도 의문이 나온다. ‘IPO(기업공개) 성공’의 과제도 막연한 상황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에서는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나 롯데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야 ‘쿠팡이랑 경쟁을 해볼까’하는 시점에 중국 업체들까지 판에 끼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돌파구가 절실한 건 이커머스뿐이 아니다. 지난해부터는 신세계건설까지 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이마트 수익성은 더욱 하락했다. 부동산PF로 인한 부담이 커진 건설 부문은 자금 조달이 급하다 보니 부동산PF 펀드 조성 계획 등을 세웠다. 대기업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이 건설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어 조달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최근 신세계건설은 6500억원 규모의 사모채권 발행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기간 내 업황 개선이 어렵다 보니 신세계그룹은 ‘내부적으로’ 숨통을 트는 시도를 연이어하고 있다. 이달 16일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합병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사업 시너지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중복 인원 축소 등 구조조정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앞서 2월 신세계건설은 레저사업 부문을 조선호텔리조트에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신세계건설은 해당 영업양수도로 자본 확충과 부채 감소를 이뤄 재무 건전성이 높아질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결국 계열사가 손을 내미는 모양새로, 그룹 차원에서 큰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니라는 평이다.
가장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인건비 축소를 위한 칼도 빼들었다. 최근 이마트는 창립 31년 만에 처음으로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전사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나 접수 마감일을 일주일 연장하고 일부 조건을 추가하는 등 참가가 저조하단 관측이다. 반려동물용품 매장인 몰리스의 외부 전문점 수를 축소하고, 점포 내 골프 전문 매장도 정리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가 자산유동화나 자산 매각, 투자유치 등으로 재무 부담을 덜어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스타벅스(에스씨케이컴퍼니) 지분 활용,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푸드의 대체식품 사업부를 활용한 투자유치, 신세계프라퍼티가 보유한 알짜자산인 강남의 ‘센터필드’ 지분 매각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다수의 자문사들이 거래를 만들기 위해 그룹에 접촉하는 정황이 포착되고는 있지만 이렇다 할 그룹의 결단은 나오지 않는 분위기다.
설사 자산매각에 나선다 해도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에서는 ‘경고등'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분 등을 매각하면서까지 재무 건전성을 지켜야 하는 상태라면 현재 이마트의 AA급 신용등급 수성도 차차 어려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의 등급을 지탱하고 있는 것도 보유 부동산 가치인데, ‘언제까지 부동산 가치가 유지될까’라는 인식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점도 고려된다.
한 기관투자자는 “이마트가 본업도 안 좋고, 신세계건설까지 이마트 지원 없으면 힘든 수준이니 이마트나 신세계건설 등 신세계그룹 발행 채권은 담지 않겠다는 투자자도 았다”며 “이젠 정말 이마트를 지탱하는 게 보유 부동산인데, 업사이드가 없으니 주식시장에선 싫어하고 채권시장에선 그나마 차입금 대응은 할 수 있겠지 않나 정도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 측에서도 시장에 ‘돌파구’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투자자들도 당분간 상황이 좋아질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