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V 중복 산정, IPO 추진 조건 등 문제 제기
풋옵션 살아나면 신세계 1조 투자금 돌려줘야
폿옵션 행사기간 앞두고 양측 막판 조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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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과 SSG닷컴(이하 쓱닷컴) 재무적투자자(FI) 간 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세계그룹 측은 거래액(GMV)이나 상장(IPO) 관련 조건을 모두 충족해 FI의 매수청구권(풋옵션)이 소멸했다고 보는 반면, FI는 아직 따져볼 여지가 남았다며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부담하기 어려운 신세계그룹이나 상장을 통한 회수 전망이 불투명한 FI 모두 물러서기 쉽지 않은 양상이다.
2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FI들은 풋옵션과 관련한 주주간계약상 사실관계와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FI가 갖고 있던 풋옵션이 유효한지, 아니면 풋옵션 행사 대신 다른 회수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약정상 풋옵션 행사 예정 기간은 다음달부터이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는 양측의 입장이 정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신세계그룹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 등 FI로부터 쓱닷컴에 1조원을 투자받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FI들은 이듬해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투자를 마치며 쓱닷컴 대주주(이마트·신세계)로부터 풋옵션 등 여러 회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신세계그룹과 FI간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SSG닷컴이 2023년 사업연도에 GMV 5조1600억원을 넘기지 못하거나 IPO 가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FI는 보유주식 전량을 대주주에 매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매수 대금은 원금인 1조원이고, 풋옵션 행사 예정 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2027년 4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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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닷컴 설립과 투자 유치가 이뤄진 때는 이커머스가 각광받고 시장에 유동성도 풍부했다. 쓱닷컴은 이미 2021년에 GMV 5조7174억원을 달성했고, 작년에도 여유있게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투자은행(IB)으로부터 IPO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받았던 터라 풋옵션은 사실상 소멸됐다는 시각이 있었다. 이마트 역시 작년 사업보고서에서 ‘매수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 요건을 충족함으로 판단됨에 따라 기 인식한 금융부채를 제거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1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할 때만 해도 쓱닷컴 기업가치가 10조원을 너끈히 넘길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FI의 투자가 완료된 후 자본시장이 급격히 경색됐고, 이커머스의 거품도 빠지며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FI로선 낮은 가격에라도 IPO를 추진해달라고 요청하거나, 풋옵션 행사 여지가 있는지 살펴야 할 상황이 됐다.
FI들은 대형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을 통해 풋옵션과 관련한 GMV, IPO 조건을 살피고 있다.
이커머스의 GMV는 말 그대로 거래액이기 때문에 중복 계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 상품권 10만원권을 구매하고, 상품권을 캐시로 전환해 10만원어치 물품을 구입하면, 실질 구매는 10만원이지만 거래액은 20만원으로 중복 계상된다. FI는 이런 중복 내용들을 제거하면 2023년 GMV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엔 풋옵션이 유효하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FI 측 주장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계약상 GMV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커머스 시장의 관행상 중복 거래도 GVM로 잡고 있다. 특히 GMV는 유동성 호황기 이커머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 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쓱닷컴 FI들은 GMV를 중복으로 잡지 않는다면 목표치에 미달해 풋옵션이 살아 있다고 보고 있다"며 "쓱닷컴 입장에선 GMV가 원래 업계에서 기업가치 부풀리기용으로 쓰이고 정확한 정의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FI 입장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관련 조건을 두고도 이견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증시가 호황일 때는 증권사들이 앞다퉈 내놓은 청사진만으로도 증시 입성을 낙관할 수 있었지만,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주간계약상 상장이 가능하다는 '의견서'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FI는 증권사들이 주관 수임을 위해 제출한 '제안서'를 '의견서'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FI 입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역시 풋옵션은 유효하다.
신세계그룹은 재무 압박이 커진 상황이라 1조원 짜리 풋옵션 대금을 마련할 여유가 많지 않다. 기존의 판단처럼 풋옵션이 실효된 것으로 보고 FI 회수 논의는 별개로 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반면 FI는 최후의 보루인 풋옵션을 다투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다. 입장 차가 작지 않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구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쓱닷컴 역시 대형 법무법인의 조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신세계그룹이나 FI 모두 법정으로 문제를 끌고 가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정용진 회장 취임 후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다. FI 역시 최근 여러 건의 법적 다툼으로 고생한 만큼 어느 정도의 권리와 퇴로를 보장받는 식의 합의점을 찾으려 할 수도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정용진 회장 취임 후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FI도 소송으로 가는 것보다는 풋옵션 유효성을 인정받되 서로 IPO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합의를 하는 정도가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