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등 그룹 반도체 사업 부활 기대감 확대
늘어난 금융비용 여전히 부담...자회사 매각 요구도
FI와 Q-IPO 재조정해 실현 가능한 상장 목표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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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가 기업공개(IPO) 기한을 2년 이상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투자유치 당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내걸었던 조건들을 준수한 채로 증시에 입성을 해야하는 탓이다. 비용 통제를 통한 실적 개선, 환경기업으로서의 이익체력 확보, FI들의 우려 불식 등 3가지의 과제를 상장 전 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해외 2차전지 관련 기업 인수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줄여줄 FI를 찾고 있다. 지난해 말에도 200~300억원 규모의 국내 환경 관련 기업 인수에 함께 뛰어들 FI를 모색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SK에코플랜트가 환경기업을 추가로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 특히 '순이익이 나는' 기업들을 위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사가 아닌 환경기업으로 거듭남으로써 목표하는 5~8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SK그룹 전체적으로 투자를 줄이자는 컨센서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SK에코플랜트는 기업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라며 "사실 200~300억원 수준의,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딜에 FI의 도움을 받고자 하거나 FI들에게 조건을 먼저 제시하라고 하는 데 의문을 가지는 분위기는 있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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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전 마이너스(-)로 돌아선 실적을 회복하는 것도 큰 고민거리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SK에코플랜트는 전년대비 3배 이상 증가한 63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던 2022년과 달리, 지난해 3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건설업황 악화, 환경기업 인수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주요 매출처인 SK하이닉스가 업황 개선에 따라 설비 투자를 늘리면 SK에코플랜트가 수주할 일감이 늘어나며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다만 FI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금융비용이다. 실제로 SK에코플랜트의 금융비용은 2021년 1788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5215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하기 위해선, 적어도 올해 실적과 내년 상반기 실적 개선세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FI들은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021년 SK그룹이 인수,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된 SK오션플랜트(구 삼강엠앤티)가 그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2021년 868억원 수준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래 2022년 280억원, 지난해 575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시현하는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FI들의 요구에 따라 SK오션플랜트 매각을 위해 소수의 FI들을 대상으로 인수 의향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다만 SK에코플랜트가 매각 의지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성의만 보이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Q-IPO(적격상장요건)을 재조정해 FI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성도 있다. 실제로 이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상장시 목표 기업가치를 낮추는 대신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통상 증시 입성에 18개월가량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올 하반기 중 관련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 최근 SK에코플랜트는 FI들에 Q-IPO 재조정을 위한 실행방안 등을 수개월 내 마련하겠다고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조달해 환경기업을 인수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금융비용을 낮추어 FI들의 우려를 달래주고, 조(兆) 단위 대어로 상장 시장에 나서 기관들의 호평 속에 상장을 무사히 마무리해 그간 동행해온 FI들을 엑시트(투자금회수) 시켜주는 일련의 과정을 위해 SK에코플랜트는 계속 바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