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이슈로 주가 출렁" 주주들 불만
대기업 입성 앞두고 '리스크 관리' 미흡
외신까지 주목…멀티레이블 체제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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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엔터사인 하이브가 초유의 '평판 리스크'에 직면했다.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경영진 '일탈 의혹'으로 시작된 내분은 사실상 하이브의 경영 불확실성 의문으로 번진 상황이다. 하이브 측과 어도어 측(민희진 대표)이 연일 날 선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하이브의 주가는 급락하며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자산 5조원으로 대기업 입성을 목전에 둔 하이브가 여전히 미흡한 리스크 관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부대표 A 씨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지난 22일부터 어도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했고 물증도 확보해 고발장 제출을 예고한 바다. 경찰 측은 고발장 검토 후 수사 방향에 대해 결정할 것이란 입장만 밝힌 상태다.
전날인 25일 오후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가 주장한 어도어 경영진의 경영권 탈취 모의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하이브는 이날 오전 민 대표 주도로 자회사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과 물증을 확보했다며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민 대표는 "경영권 탈취 시도를 한 적이 없으며, 사태의 본질은 레이블 간 표절 논란"이라며 "하이브의 개인 사찰에 대해 고소하겠다"라고 언급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 산하 다른 레이블이 배출한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또한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제가 나눈) 사담을 진지한 것으로 포장해 저를 매도한 의도가 궁금하다"며 "내가 하이브를 배신한 게 아니라 하이브가 날 배신한 것이다.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고 찍어 누르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 측 변호사도 "지분율 80%(하이브) 대 20%(민 대표 측) 상황에서 경영권 찬탈은 불가능하다"며 "배임이라면 회사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하는 것인데, 그런 행위를 기도하거나 실행에 착수한 게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모든 주장에 대해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양측의 공방이 진흙탕 싸움이 되면서 여론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하이브가 선을 넘었다", "하이브의 내부 문제점뿐 아니라 현재 K팝 시장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며 민 대표 측을 옹호하는 여론도 있는 반면, "(사실이라면) 회사 자료 유출은 문제", "일반적인 행동도 경영진이 한다면 무게가 다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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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로 밝혀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K팝 왕국' 하이브의 미흡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가감 없이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에는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다.
하이브는 자산 규모 5조원을 넘기며 국내 엔터업계 최초로 대기업집단 편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종속기업이 65개에 11개의 레이블을 거느린 초대형 엔터사인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 대표 개인을 상대로 '주술 경영' 등을 내걸며 여론전을 펼치는 등 다소 세련되지 못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하이브는 연이은 예상치 못한 '기습' 이벤트로 주가가 출렁이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내분 사태로 하이브는 2거래일 만에 무려 8500억원 수준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26일 오전에는 주가가 19만9900원을 기록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한 모습이다. 하이브 주가가 20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2년 6월 소속 아이돌 BTS가 단체활동 중단을 발표하고 주가가 부진했던 때 이후로는 드문 경우다. 회사의 간판 아이돌 BTS의 '깜짝 발표' 당시에도 회사 측의 리스크 대응이 미흡하단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기준 어도어의 하이브 이익 기여도가 10%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내분이 실적 영향에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실적이나 사업문제만으로 움직이지 않을뿐더러 이번 사태로 하이브의 거버넌스, 방시혁 의장과 박지원 대표 등 최고 경영진의 경영자질에 대한 의문까지 떠오른 상태라 시장 평가가 향후 어떻게 될지 예측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주주게시판에서는 "주주분들 가만히 있을 거냐"며 단체 행동에 나서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멀티레이블 체제 지속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하이브는 공격적인 M&A(인수합병)를 해왔고, 산하 레이블로 두면 독립성을 제공하되 덩치는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드러났듯 현재 하이브 구조에서 레이블의 독립성과 창의성이 지켜지긴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 측은 자사 레이블 쏘스뮤직의 걸그룹인 '르세라핌'의 성공(?)을 위해 어도어의 뉴진스를 차별대우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현재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는 '아이돌'이라는 동일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 각 레이블 간의 충돌이 불가피한 구조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엔터사에 투자해 온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엔터업계가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는 토로까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규모는 계속 커졌지만 내부 경영진 간에 '권력 다툼'이 있다는 분위기가 계속 감지되는 등 전반적 경영 사항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특수한 엔터업계 특성상 JYP처럼 회사 경영자와 콘텐츠 책임자가 완전히 분리된 체제가 잡음 줄이기에 최선이라는 시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하이브의 내분에 대해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 최대 음악 회사가 소속 레이블 중 한 곳의 경영진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며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수익성 높은 음악 산업 중 하나인 K팝에서 벌어진 내분 사례"라고 보도했다. K팝이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적으로 성장해 온 사업인 가운데 이번 사건이 "K팝 산업을 강타한 여러 분쟁 중 하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로이터는 K팝 산업이 단기적으로"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