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내 SPA 체결…공정위 심사 지켜봐야
경쟁 심화에 '뭉쳐야 산다' 위기의식 고조돼
양측이 합병 우위를 위해 '무리한다' 시선도
-
토종 OTT 티빙(TVING)과 웨이브(Wavve)의 합병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SK와 CJ 측은 이르면 상반기 내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거래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넷플릭스에 이어 쿠팡플레이의 약진까지 더해지며 시장 경쟁이 과해지자 위기의식이 고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의 모회사인 CJ ENM과 SK스퀘어는 최근 티빙-웨이브 합병을 위한 텀싯(termsheet) 내용을 합의했다. 텀싯은 최종 투자계약을 체결하기 전 양측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작성하는 서류다. 양측은 합병 후 지분율 등 중요한 사안들은 합의를 마쳤고 현재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다. 현재로서는 당초 계획대로 합병 후 티빙(CJ) 측이 주도권을 갖고, SK스퀘어는 지분 15%가량을 보유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CJ와 SK 측의 티빙-웨이브 합병과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가 지연되면서 올해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었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예상보다 합의가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상반기 내 CJ ENM과 SK스퀘어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전망이다.
합병 논의가 속도를 내게 된 것은 급변하는 OTT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높아진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해진다. 양사의 복잡한 지분구조상 모든 주주들이 만족할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일단 살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스퀘어도 포트폴리오 정리 성과가 급하고 CJ 측도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절차가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다"라며 "각자 OTT를 합치는 식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합병은 가치산정(밸류에이션) 문제가 가장 난관으로 꼽혔다. SK-CJ 두 대기업의 자존심 싸움(?)은 물론이고, 여러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점도 벽이었다. OTT 사업 특성상 가치 산정도 복잡해 합병비율 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양측이 지분율 등 굵직한 사안들에 합의를 본 점을 고려하면 9부 능선은 넘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합병 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양측이 각각 다소 ‘무리’하고 있다는 시각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티빙이 ‘환승연애 3’ 등 추후 방영이 예정된 인기 프로그램을 앞으로 당겨 방송한다는 평을 내놓는데, 합형 이후 송출 할 인기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티빙이 올해부터 3년간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권 확보를 위해 1200억원을 투입한 것도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송출 중단 사고, 허술한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등 미흡한 준비에 야구팬들과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SK스퀘어는 투자금 상환 문제를 매듭져야 한다. 과거 2000억원 투자금 유치 과정에서 5년 내 웨이브의 기업공개(IPO) 조건을 걸었다. 그런데 상장이 불투명해지면서 올해 11월 이후 내부수익률(IRR) 9%를 더한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CJ 측에서 합병 후 웨이브의 부채 부담을 나눌지는 미지수다. 해당 사안은 SK스퀘어 측과 투자자들이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추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관건이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면 양사가 상반기 내 SPA를 체결해도 합병 법인 출범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 정부가 국내 OTT 산업 진흥을 꾀하는 기조인 점을 고려하면 벽이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점유율이 30%를 넘기 때문에 공정위도 고려사항이 충분히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