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네이버에 라인 지분 매각 압박
韓정부도 맞대응 나섰지만…선 긋기도
'침묵의' 네이버에 '시장非친화적'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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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을 줄일 것을 거듭 요구하면서 우리 정부도 맞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가 ‘외교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는 가운데 네이버 측이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투자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네이버가 소프트뱅크 측에 지분을 매각해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면서 이후 네이버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외교부는 "네이버 측 요청을 전적으로 존중해 협조하고 있다"며 "네이버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라고 대변인실을 통해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전날(29일)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사안을 네이버와 협의해 왔다”며 "앞으로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기부는 "이 사안은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따른 후속 행정지도와 관련한 것으로 한일 외교관계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최근 네이버 측에 일부 지분을 매각할 것을 요청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이번주 라인야후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알려졌는데, 사안이 중대하다 보니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협상에 직접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라인 지분 이슈가 양국의 ‘외교전’으로 번지고 있고,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에 나설 예정이라고 알려지는 등 이슈가 커지고 있지만 ‘당사자’인 네이버는 일단 침묵을 지키고 있다. 네이버 측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 및 일본 정부와의 소통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예민한 문제긴 하지만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라인은 네이버 해외 사업의 핵심으로, 지분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이후 전반적인 해외 사업에 영향이 간다면 네이버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측에서 과정에 대해 정확한 코멘트를 내놓지 않고 있어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전부터 네이버는 일본 사업 관련해서는 예민해서 언급이 제한적이었는데, 이번엔 워낙 이슈가 커서 쉽게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플랫폼 기업이지만 적극적인 IR(기업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홍보활동) 활동을 하는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시장 소통에 소극적인 기업이고, 담당 임원 영입 후에도 그다지 시장친화적이진 않다”며 “최근 네이버의 IR 활동은 미래 전략도 모호하고 ‘의미 있는’ 얘기가 없다. 딱히 들을 것이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전부터 국내 시장에서 '정중동(靜中動)'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기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주가 부진이 계속되는 등 시장 소통 필요성이 커지자 2022년 외국계 증권사에서 IR 담당 임원도 영입했고, 기업 설명회 횟수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보였지만 시장에서 네이버의 평판이 크게 달라지진 않은 분위기다.
다만 이번에는 워낙 중대한 사안이라 ‘관심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네이버는 오는 5월 3일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주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2024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앞두고 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한 사항이 컨퍼런스콜에서 언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발표 내용에 없어도 질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 차원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보니 네이버 측도 대관 차원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네이버는 해외 사업 확장, 정부의 플랫폼 눈총에 대비해 대관 역량 확보를 꾀해왔다. 네이버는 앞서 과기정통부 출신인 손지윤 책임리더, 방송통신위원회 출신인 이광용 네이버 책임리더를 영입한 바 있다. 두 리더는 네이버 정부 대관업무 파트인 정책전략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5월부터는 장완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기관이 네이버클라우드로 출근할 예정이다. 장 서기관은 사우디 네옴시티 관련 대응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대관 라인을 확장을 해왔지만 내부 질서가 정립되지 않으면서 정부와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금 수준에서는 국가 대 국가 대응이 필요하다 보니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과연 현재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위해 일본 정부와 각을 세울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한 IT업계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가 그동안 외부 영입으로 대관을 늘리기만 하고 내부 질서 정리가 잘 되지 않은 분위기”라며 “내부에서 공채 출신들과 협업도 잘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고, 한일 양국 외교도 힘든 상황이라 안팎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러 상황을 종합했을 때 최악의 경우,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라인야후 일부 지분을 넘기게 될 확률도 낮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0월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합작사 A홀딩스 산하 Z홀딩스 자회사 야후재팬과 라인이 합병해 출범했다. A홀딩스는 라인야후에 64.4%를 출자하고 있다. A홀딩스에는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각각 50%씩 출자하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배력을 잃는 것은, 라인야후가 ‘일본 사업’만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라인 메신저는 일본뿐 아니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이용자가 2억명에 이른다. 사실상 가장 성공한 네이버의 해외 사업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카카오톡이 메신저로 시작해 여러 생활 영역에 파고들었듯, 라인은 일본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행정 업무에 사용할 정도로 ‘국민 메신저앱’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이전부터 일부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라인을 한국 기업이 관리하는 것이 맞나” 의견들이 나오던 것으로 파악된다. 소프트뱅크 측이 과거부터 라인을 흡수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이번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지분매각 압박이 최근 전세계의 ‘플랫폼 보호무역주의’ 확산 사례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AI(인공지능) 산업의 발전 등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각국이 ‘경제 안보’ 차원에서 플랫폼 압박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연방의회에서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틱톡은 미국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SNS(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이다. 미국 내 대중국 강경파들은 틱톡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미국 선거와 여론 형성 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 같은 법안을 추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