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에선 700명 달하는 임원 감축 의견도
C커머스 대응 등 투자 수요 늘어나면서
비용 통제 필요성도 함께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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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이 내부적으로는 조직 효율화를 위한 인력 운용 방안을 모색 중이다. 기존 상무급 이상 임원들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성과지표(KPI) 등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부터 상무급 이상 임원들을 대상으로 근로계약서가 아닌 임원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일부 상무들을 포함한 전무급 이상의 임원들은 기존 정규직 계약 형태에서 1년마다 계약이 갱신되는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과관리제도 기준도 지난해보다 엄격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ㆍ로지스틱스서비스 등 각 계열사들을 포함한 쿠팡(Coupang, Inc.)의 총 임원 수는 약 700명이다. 이중 올해 비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 전무급만 150명이 넘을 것으로 전해진다. 표면상으로는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기념한 ‘임원 승진’ 형식이다.
쿠팡이 초창기엔 부사장급까지 근로기준법상 정규직 계약을 체결했던 기업인 만큼, 시장에선 유의미한 조직 변화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쿠팡이 올해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에 맞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쿠팡 경영진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고, 로켓배송 가능지역을 확대하기 위한 물류 인프라에 3조원 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대책회의에서 경영진은 '초장부터 상승세를 꺾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나 테무가 중국 내수용품을 다 소진하고 나면 국내 물류센터를 최소 3개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그땐 지금과 같은 저가 전략을 내세우기 어렵다"며 "쿠팡은 그때까지만 버티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영업 적자를 늘리더라도 충성고객을 확보하면 반등할 수 있다는 초창기 성장 전략을 다시 꺼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의 이번 임원 개편안은 출혈 경쟁을 앞두고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의 공격적인 투자 계획과는 대조적으로, 내부적으로는 긴축 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임원들 사이에서는 고용 불안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내부 관계자는 "쿠팡 초창기부터 근무했던 구성원들이 레벨7까지 승진해있고, 외부에서도 변호사 등 영입해 온 인력들이 많아 기업 규모 대비 임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은 늘 있어 왔다"며 "성장 가도만 달려왔던 기업이 내실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인원 감축이 필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임원 계약을 두고 내부에선 '빌미만 있으면 자르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높다"며 "강화된 임원 평가 방식에 대한 불만도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