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은 늘었는데 매출 성장률은 제자리
DAC 조직 만들어 딜 수임 능력 제고 시동
궁극적으론 디지털화 통한 비용절감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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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국내 빅4 회계법인이 비용절감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삼일회계법인이 딜(deal) 부서 내 신설조직을 만들고 디지털화를 꾀하고 있다. 각 팀별로 일손이 모자랄 경우 실사, 밸류에이션(valuation;가치산정) 등의 업무를 지원해주는 역할이다. 최근 ‘빅딜’ 가뭄 속 빅4 회계법인 내 딜부문 성장률이 더뎌지는 가운데 비용 효율화를 꾀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보인다.
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일회계법인은 딜 액셀러레이션 센터(Deal Accleration Center·DAC)를 만들고 딜부문 내의 디지털화 작업에 착수했다. 감사나 세무, 컨설팅 외에 딜 부문에서의 디지털화 전환은 다소 이례적이다. 고객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폐쇄적인 정보 위주의 작업인 만큼 디지털화를 통한 표준화 시스템을 도입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DAC는 현재 5~6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삼일회계법인 내 각 딜부문이 그때그때 필요로 하는 재무실사(FDD) 세무실사(TDD) 등 디지털 솔루션이 적용될 수 있는 작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플랫폼 기업 등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된 산업군이 많아지면서 해당 데이터의 처리시간을 효율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플랫폼 회사 등 내부 데이터가 방대한 기업의 가치 평가를 좀 더 빠른 시간 안에 산출하기 위해 데이터 변환이나 가공하는 과정을 디지털화 하는 개념”이라며 “일감이 몰릴 때 인력 케파가 부족해 딜 수임을 못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회계법인은 전반적인 비용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2년 역대급 일감이 몰리며 주요 회계법인들이 앞다퉈 높은 비용을 내고 회계사들을 영입해왔다. 5년차 회계사에 연봉 1억원을 달성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장 침체로 일감은 줄어든 반면 인력비용은 높아진 채로 유지되며 회계법인들이 수익성을 고민해야할 상황에 직면했다.
딜부문 내 매출 성장률 역시 둔화되고 있다. 작년 기준 삼일회계법인 딜부문 매출 성장률은 한자릿수 정도고 삼정회계법인은 역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인력은 500명 이상으로 유지되며 퇴사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회계법인이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인력을 줄이거나, 동일한 인력으로 더 많은 작업물을 산출해야 한다. 당장 인력을 축소하긴 어려운 만큼 회계법인들은 회계사 인력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인도 센터에 분석 일감을 맡기거나 자체 개발한 AI(인공지능) 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비용절감, 업무 효율화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DAC 신설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빅4 회계법인 퇴사율은 낮아지고 인건비는 계속해서 조금씩 오르고 있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라며 “인력 채용도 과거보다 보수적인 편으로 내부 비용절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