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PF 새 정책…"실패하면 부실 이연, 성공해도 버블 확대"
입력 2024.05.14 07:00|수정 2024.05.14 07:26
    취재노트
    기존 대책과 차이 있다고 강조하지만
    "PF 시장 위축할까 조심스러운 금융당국"
    언론에서 언급한 PF 규제 강화책 다수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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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PF 정상화 방안을 13일 발표했다.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지만 금융당국은 PF 시장을 위축시킬 방안을 조심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진다. PF '정상화'가 아닌 '현상 유지' 가능성에 시장참여자의 우려는 여전한 모습이다.

      PF 정상화 방안은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PF 사업장에 추가 자금 공급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정리를 추진하는 두 가지 방안으로 실시된다. 이른바 '옥석 가리기'를 본격화한다.

      PF 사업성 평가 규모는 작년 말 기준 약 230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관리·공표해온 PF 대출 잔액 규모 135조6000억원 대비 약 100조원 늘어났다. 평가 대상에 기존의 본PF·브릿지론 외에 이와 위험성이 비슷한 토지담보대출·채무보증 약정을 추가했으며 평가 기관에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사업성 평가 등급 '유의' 및 '부실우려') 대상 사업장 규모가 전체의 5~10% 수준으로 추산했다. 약 23조원 규모의 PF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의' 사업장은 재구조화·자율매각을 추진하며, '부실우려' 사업장은 상각 및 경·공매를 통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PF 연착륙 방안이 기존 대책과 기본 방향은 동일하지만, 부실을 이연·누적하기 보다는 시장이 스스로 정리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 민간금융이 협력해 PF에 원활한 자금 순환 촉진 ▲원활한 PF채권 매각 협상 위해 PF채권 매도자에 추후 PF채권을 재매입할 기회 부여 ▲민간 금융사의 참여 유인 위해 한시적 규제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등 새로운 방안을 포함한다.

      금융당국이 경·공매를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길 지가 관건이다. 

      현재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경·공매의 경우 시행사가 구입한 토지 실거래가의 50% 수준에서도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매매가를 당국 개입으로 낮춰야 하지만, 이 경우 해당 사업장에 대출한 중·후순위 대주가 전액 손실 보는 건 물론 선순위 대주마저 손실을 보게 된다.

      경·공매 거래 가격을 시장에 맡긴 채 정책만 시행될 경우 또 다른 부실 이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은행·보험사·캠코 등에 PF 시장참여자의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 거래 가격 대비 비싸게 팔 경우 해당 사업장이 정상화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자금을 추가로 공급해도 부실 사업장이 정상화되기 어려울 거란 점이다. 현재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가격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사업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자금이 추가될 경우 담보대출비율(LTV)가 늘어나게 된다. 사업성이 더 취약해지는 셈이다.

      결국 신규 자금을 공급하며 금융기관의 규제를 완화하면 부실을 미래로 이연할 뿐이며,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부동산 '버블'이 커지는 결과가 발생하게 될 거란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PF 사업장에 신규 자금을 공급하면 현시점에서는 건전성 지표가 좋아져 보인다"며 "그러나 신규 자금을 공급하면서 금융기관의 규제를 완화하는 이번 정책은 향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재작년부터 정부는 금융시장의 마지막 '안전판'이라 할 수 있는 은행을 '구원투수'로 내세워 PF 부실을 제1금융권에 전이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022년 11월 5대 금융지주(신한·우리·하나·KB·NH)는 금융위 주도로 총 95조원의 지원조치를 발표했다. 발표 한 달 전인 10월 5대 금융지주는 CP·ABCP·ABSTB 4조3000억원 매입, 머니마켓펀드(MMF) 5조9000억원 매입, 특수은행채·여전채 6조5000억원 인수 등의 지원에 나섰다. 이외에도 PF 시장 경색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작년 수십 건 이상 쏟아졌다. 은행의 자발적 경영활동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그동안 이복현 금감원장이 언론을 통해 발표했던 PF 규제 강화책이 다수 제외됐다는 점도 우려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기존 부실에 대응할 정책과 더불어 추후 발생할 부실을 방지할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행사 자기자본 비율 20% 확보 ▲신탁사 책임준공확약 축소 ▲시공사 책임준공 의무 제외 등도 PF 정상화의 방안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방안들이 PF 시장을 위축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부동산 실질 거래 가격 하락과 관련한 논의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고랜드 사태, 롯데건설 유동성 이슈 등이 불거진 이후 수십 개월간 금융당국이 수많은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일부 시장참여자는 정책 의도와 반하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대주단이 자금 회수에 문제없다는 걸 보이기 위해 사업성이 좋은 서울 사업장부터 대출을 회수하거나, 선순위 대주가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시도하자 후순위 대주가 소송을 걸기도 했다.

      최근 발표한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 금융당국은 여전히 부실 PF 사업장을 정리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목소리다. 이번 PF 정상화 방안도 다시금 투자자에게 유리한 정책이 될 거란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