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2분기부터 충당금 증가 가능성
부실 매물들 쏟아질 수도…7월부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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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상화 방안이 공식화되면서 저축은행발 부동산 위기설이 재점화되고 있다.
1분기 저축은행들의 실적 회복세가 나타났지만, 실제 위기는 이제부터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충당금 적립 여력이나 사업장 부실 여부에 따라 저축은행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PF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해 재구조화나 자율매각, 상각 및 경공매 등의 정리를 유도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사업장 평가에 포함될 대상의 범위를 기존보다 늘리고 사업장 평가 기준을 세분화하기로 했다.
또, 2회 이상 만기연장이 이뤄진 PF 사업장에 대해 PF 대주단 협약 상 만기연장을 위한 대주단 동의요건을 2/3에서 3/4로 높인다. 6개월 이상 연체된 PF채권에 대해 3개월 내 경공매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정부 및 금융당국은 사업장 평가 기준을 개선해 양호한 사업장은 살리되, 부실한 사업장은 정리하는 ‘옥석가리기’를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양호한 정상 사업장이 불합리하게 정리될 일은 없게 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해당 방안이 불어닥칠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과거에는 양호 사업장으로 평가받았던 곳들도 자칫 부실사업장 기준으로 포함될 수 있다는의견이 나온다. 사업장 평가기준의 단계가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된 탓이다. 또, 만기연장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더 이상 부실사업장을 끌고 가기보다는 당장 상각해야 하는 곳들도 속속 생겨날 수 있다.
당장 이번 2분기부터 저축은행들이 추가로 부담해야할 충당금을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부동산PF 예상 손실은 2조6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감안할 때 저축은행 업계가 감당해야 할 추가 적립금 규모는 최대 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1분기 일부 저축은행은 일시적으로 실적이 회복된 곳도 있지만 부동산 PF 부실 관련 충당금은 2분기부터 쌓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금융당국의 공식적 지침이 있은 뒤로 사업장 처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2분기 이후가 저축은행의 ‘진짜’ 실적이 드러나게 될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저축은행의 ‘진짜’ 위기는 7월부터라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4월 총선 이후 부동산PF ‘위기설’이 터져 나온 바 있다. 올해 초부터 해당 위기설이 돌며 정부와 당국에서 이 같은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위주의 부동산PF 부실 건들이 대부분 7월로 몰려있는 데다, 정부 주도의 부실사업장 정리가 2분기부터 진행되면서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저축은행 매물에 눈독 들이는 금융지주나 사모펀드(PE)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을 대상으로) 정부가 팔 비트는 강제 인수합병(M&A)이 시작될 수 있다”라며 “그전에 그나마 괜찮은 매물들은 건지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금융당국과 정부의 ‘학습효과’로 또 다시 비슷한 규모의 위기가 발생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1년 금융위원회는 총 7곳의 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 영업조치를 내린 바 있다. 2008년 말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자 부동산PF 대출을 일으키던 저축은행 부실로 이어진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감독당국이나 정부가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교훈삼아 저축은행 업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라며 “2분기부터 각 저축은행이 지닌 사업장, 채권구조, 충당금 적립여력 등을 토대로 저축은행 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