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미국 회사채 발행 계획
中 견제 위한 물류 투자에 활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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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이 사상 첫 회사채 발행을 위한 신용등급 평가 절차에 착수했다. 연간 흑자 달성을 내세워 조달 비용을 줄이고, 올해 하반기 회사채 시장에 본격 데뷔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를 대상으로 공식적인 신용평가를 의뢰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의 재무상태와 사업성, 경영진 등에 대한 종합적인 실사를 진행한 후,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쿠팡에 적정 신용등급을 부여할 계획이다.
쿠팡의 신용등급 의뢰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전 단계로 풀이된다. 쿠팡은 올해 안으로 신용등급을 확보하고, 해당 등급을 바탕으로 발행 조건을 결정할 전망이다. 쿠팡은 일차적으로 미국 회사채 시장 발행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 기업이면서 동시에 국내에서 독보적 시장 지위를 가진 회사인 만큼, 한국과 미국 양쪽 시장에서 조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도 지난 2014년 11월 미국에서 80억달러, 중국에서 8억위안 규모의 회사채를 동시에 발행한 바 있다.
쿠팡이 신용등급 확보 등 본격적인 회사채 발행 준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은 2021년 상장 이후에도 적자를 유지했던 탓에 회사채를 발행할 여건이 되지 못했고, 수차례 유상증자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창립 이후 첫 연간 흑자로 돌아서며 분위기가 반전된 만큼, 쿠팡은 투자적격 등급을 통해 금리를 낮춰 조달 비용을 줄여보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쿠팡이 중국 이커머스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쿠팡은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에 맞서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물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통상 신용등급 작업 착수부터 평정까지 2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알리바바는 6개월이 넘게 걸렸을 정도로 이커머스 회사의 회사채 발행은 복잡한 작업"이라며 "쿠팡의 경우 일회성 흑자가 아닌 지속 여부를 증명해야 하고, 미국과 한국에서 회사채를 동시 발행하면 시간이 더 소요돼 본격 조달 시점은 하반기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