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중재 하 PEF·기업 미팅 했지만
직접투자·까다로운 조건에 실투자 '아직'
이달 중순 UAE 대통령 방한이 변수될까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산업은행과 투자 파트너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전담조직까지 신설한지 1년이 흘렀지만, 투자 집행 건수는 아직 '제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무바달라는 산업은행을 통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및 국내 기업들과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직접 투자를 고수하는데다, UAE 현지 공장 등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투자 조건으로 인해 투자 대상을 쉽사리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UAE 무바달라는 지난해 5월 산업은행에 'UAE 투자협력센터'라는 전담 조직을 설치했다. 현재까지 무바달라측에서 공식화한 투자는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 투자 건 뿐이다. 다만 이는 산은과의 MOU와 무관한, 자체적으로 발굴해 진행한 투자건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월, 한국은 UAE가 국내에 30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를 투자를 집행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이후 UAE 투자협력센터가 설치됐다. 산은 직원 10여 명이 배치됐고, 무바달라 직원 10여 명도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산업은행은 국내 PEF 및 기업과 무바달라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현재까지도 무바달라는 산은의 중재 하에 국내 기관들과 활발하게 미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운용규모(AUM) 5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PEF와도 투자 건 검토를 위한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단기간 내에 무바달라가 산업은행을 통한 투자를 집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무바달라가 다수 운용사와 만나고 있긴 하지만, 이들을 통한 간접 투자보다는 직접 투자를 훨씬 더 선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내 운용사 입장에선 협조할만한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무바달라는 투자를 유치하는 조건으로 UAE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사업체를 만드는 것도 요구하고 있다. 무바달라와 투자를 논의한 한 스타트업의 경우, UAE 현지와 사업 연계성이 크지 않은 탓에 진행이 사실상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산업은행을 통해 무바달라와 투자유치를 논의했으나 잠정 중단됐다"라며 "현지에 사업체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받았는데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 특성상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른 중·소형 PEF 운용사 관계자는 "무바달라가 작은 운용사까지 만날 만큼 국내에서 미팅은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다만 기업가치 1조 이상의 10~20% 소수지분 투자를 원하는 등 투자 조건이 까다롭고 직접투자를 고수해 펀드를 운용하는 PE 입장에선 투자를 유치하기에 난이도가 크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UAE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돼있는 만큼, 회담 성과에 따라 투자 속도가 가속화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번 방한은 지난해 10월 이란·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일정이 한 차례 연기된 후 7개월 만이다. 업계에서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투자 향방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기대한다.
무바달라는 2840억 달러(약 38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전세계 13위 국부펀드다. 지난해 한국의 에너지·정보통신·농업·생명공학·항공우주·K컬처 등 6개 분야를 우선 투자 대상으로 지정하고 2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방한 성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무바달라가 현재의 조건을 계속 고수한다면 오스템임플란트 건 처럼 산은의 중재없이 직접 투자처를 발굴하는 게 오히려 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측은 "투자유치 성사 여부는 투자 당사자인 무바달라가 공개할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