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트렌치로 수요예측 흥행…금리 다변화
조달 비용 축소 가능…NIM 관리에도 유리
-
시중은행들이 외화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하반기 미국 대선 전에 가급적 마무리 짓기 위해서다. 최근 금리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라 만기를 3년이나 5년으로 쪼개는 ‘듀얼트렌치’ 방식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짧은 만기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고려했다는 평가다. 은행들로서는 외화채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 외화채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에만 KB국민은행이 5억달러,하나은행이 6억달러, 신한은행이 5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을 발행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 일찌감치 7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은행들은 추가 발행 가능성을 타진하며 환율 등 시장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올해 하반기에 잡힌 미국 대선으로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은행권의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금리 방향성을 두고 전세계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대선을 전후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방향성이 흔들릴 수 있어 채권시장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은행권 내부적으로도 4월중 달러환율 변동성으로 외화 확보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미국 내 견고한 성장률과 중동 지정학적 위기가 겹치며 원달러환율은 한때 달러당 1400원대까지 높아졌다. 이에 국내 은행권 내 장외 외환 파생상품과 관련한 증거금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같은 외화채 수요에 은행들은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를 3년과 5년 등으로 쪼개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듀얼트렌치 방식이다. 과거 수억달러 규모 외화채 발행을 5년이상 단일 만기로 설정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짧은 만기에 투자자 수요가 몰리면서 경쟁이 높아지자 발행자인 은행들로서는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단기 채권이 통상 금리가 장기물보다 낮게 설정되기 때문에 그만큼 전체 조달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최근 외화채 발행 과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금리를 낮췄다. 국민은행은 가산금리(스프레드)는 3년과 5년물 각각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금리에 60bp(bp=0.01%포인트), 65bp를 더한 수준이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는 3년물 85bp, 5년물 95bp였으나 투자수요가 몰리며 스프레드가 낮아졌다는 후문이다. 하나은행 역시 3년물 70bp, 5년물 78bp 수준으로 설정돼 작년 10월 5년물 가산금리 100bp보다 22bp 낮춰졌다.
한 채권 발행 담당자는 “5억달러를 2억이나 3억으로 쪼개 만기를 달리 하면 단기나 장기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라며 “최근에는 채권 발행 규모가 작을수록 수급이 좋아져 가산금리가 낮아지는 사례가 꽤 있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조달금리 감소는 향후 순이자마진(NIM) 관리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 들어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3월말 기준 3.94로 작년말 4.16%보다 약 20bp 낮아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작년말 3.15%에서 5월 3.44% 수준으로 오른 것과 대비된다. 이에 상반기 은행권 예대마진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4월 총선 등의 영향으로 주담대 금리를 기준금리만큼 올리기는 (은행권으로서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외화채 발행 시 조달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순이자마진 차원에서도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