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산정 표준화 쉽지 않아…면죄부 될 수도"
늘어나는 규제에 관리부서 조직 검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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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공모가 산정 방식 표준화를 기업공개(IPO) 주관업무 개선 방안에 포함시키며 증권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각 증권사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내부 표준안을 만들게 된다.
다만 이를 표준화한다 해서 IPO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 여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공모가 산정 방식이 획일화할 수 있다는 점에 오히려 우려가 제기된다. 자칫 표준안을 핑계로 공모가 산정 책임을 방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감원이 내놓은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의 핵심 중 하나는 '공모가 산정 관련 내부기준 마련 의무화'였다. 기업 실사시 준수사항을 규정화하고,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른바 '파두 사태' 이후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게 새로운 규제 도입의 명분이다.
증권사들은 2분기 중 금투협이 내놓을 'IPO 공모가격 결정기준 및 절차' 관련 예시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증권사들은 내부 기준을 마련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4분기 중 실태 점검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들은 대비에 나서는 가운데 공모가 산정 표준화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금감원이 증권신고서에 공모가 산정 방식을 구체적으로 공지하도록 의무화한 이후, 공모가 산정 방식은 일정부분 큰 틀에서 표준화가 돼있었던 게 사실이다. 다만 IPO가 모험자본 공급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되며 미래 성장성은 높으나 당장의 매출 및 이익이 없는 기업의 밸류에이션 방식이 문제가 돼 왔다.
공모가 산정 표준화를 위한 금투협의 가이드라인 역시 이 부문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시장에서는 "또 주가꿈비율(PDR) 방식을 인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부호가 제기된다. 지난 2021년 유동성으로 인한 폭등장에서 제시된 PDR 개념은, 미래 특정 시점의 시장 규모를 추정한 뒤 해당 시점에 해당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추정해 실적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애초에 적어도 3년, 많게는 5~7년 뒤의 미래 시장 규모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느냐를 두고 끝임없이 논란이 제기돼왔다. 이 같은 실적 추산 방식은 2017년 이후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수 많은 상장사들이 이미 활용한 방식이지만, 언제나 '상장 당시 예상 실적과 실제 실현 실적에 큰 차이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밸류에이션 방안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될 경우, '뻥튀기 실적 추정'이 '표준화된 산식으로 산출한 정당한 가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일종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조차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예심 청구 기업들이 내놓는 장래 실적 수치를 꼼꼼히 검토하는 기조가 강해진 상황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될 수 있단 분석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겐 IPO 시장이 국내에선 사실상 유일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단이다"라며 "발행사마다 상장을 해야하는 목적이 다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모가 산정 방식을 표준화할 경우 공모가 수준에 대한 고평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의 존재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가가 높게 산정됐는지 여부는, 기관들이 직접 발행사가 속한 시장의 상황을 분석하고 실적 전망치를 꼼꼼히 살펴 판단할 문제다"라며 "공모가 산정 방식이 표준화될 경우 공모가 수준에 대한 이견이 생기기 힘든 구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균등배정, 초일가점 등 IPO 시장에 여러 기준이 적용되면서 기관들이 기업을 분석하고 적정 공모가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과소평가되어가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일부 운용역들은 공모주는 분석이 무의미해졌다는 토로를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IPO 시장에 규제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한다.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 중 수요예측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하는 등 IPO 시장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한 투자은행 업계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모범 규준을 만들고 이에 맞춰 상장 시장이 운영되면 투자자 보호가 될 수 있다는 기대는 오해에 가깝다"라며 "IPO 시장을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측정하고 투자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전문 투자자 위주 시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더 필요할 것"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