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운용 커버드콜 선점에 업계 1위 삼성운용 지위 흔들
상품 잇따라 출시하며 경쟁사 견제...금융당국에 진정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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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형 주식연계펀드(ETF)에 이어 커버드콜 ETF가 자산운용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식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불티나게 팔리는 사실상 유일한 상품이다보니, 운용사마다 상품을 쏟아내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벌이고 있는 'ETF 업계 1위' 경쟁 역시 커버드콜 ETF로 전장을 옮겨 지속되고 있다. ETF가 성장하는 시장이긴 하지만, 유동성이나 거래 용이성 면에서 시장을 선점한 ETF에 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강해 경쟁 강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상대방을 주저 앉히기 위한 '암투'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 커버드콜 ETF 8개가 신규상장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커버드콜 ETF 18개로 늘었다. 커버드콜 ETF 순자산 규모는 작년말 7000억원 규모에서 2조원 중반대로 급증했다. 불과 4개월만에 조단위 자금이 몰린 셈이다.
커버드콜 ETF에 시중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특정 기초 자산을 보유하는 동시에 해당 자산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활용해 안정적인 분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즉 투자자 입장에선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상품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ELS 사태로 정기예금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겐 커버드콜 ETF가 대안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다. 지난해 6월 출시해 최근 순자산액 6400억원을 돌파했다. 전체 커버드콜 시장의 25%가량을 이 상품 하나가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품은 연간 7%의 추가 분배금을 추구한다. 콜옵션 매도 비중이 40%로, 일정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동시에 주가가 오를 경우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수익 구조가 ELS와 유사한 구조라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운용은 이 상품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 3월 커버드콜 ETF 자산 1조원을 처음 돌파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시장을 일정부분 선점한 가운데 삼성자산운용도 경쟁구도에 뛰어든 모양새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1월 테슬라 커버드콜과 국내 우량채권을 편입한 ‘KODEX 테슬라인컴프리미엄채권혼합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뒤이어 업계 3위 KB자산운용 역시 ‘KBSTAR 200위클리커버드콜’ ETF를 선보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미국500 15%프리미엄분배' 등을 출시했다.
커버드콜 ETF 자체는 2012년부터 존재하고 있었지만, 주목을 받은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약 2조원의 커버드콜 ETF 시장에서 2023년 이후 출시한 신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옵션 매도 비중을 조절해 연 15%의 분배율을 추구하는 등 상품군이 다양해진 것 역시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일이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콜옵션 매도 비중이 100%인 상품은 주식 변동성을 낮추면서 일정한 인컴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옵션 비중을 낮춘 상품은 일정한 인컴 수익과 함께 주가 상승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커버드콜 ETF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자산운용사들 사이에는 '암투'에 가까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쟁사 상품출시를 막기 위한 방해공작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후문이다. 상대 운용사의 상품 구조에 트집을 잡아 금융위에 진정을 넣거나, 상품의 파생 구조가 다소 독특할 경우 유권해석을 요청해 시간을 끄는 등의 사례가 회자된다. 이는 비단 커버드콜 ETF 시장에 국한되지 않아, 운용사가 감정의 골까지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커버드콜을 비롯, ETF 시장 전반적으로 운용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견제를 위해 금융당국에 진정을 넣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라며 “금융투자협회에서 이런 다툼을 막기 위해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ETF에 명운이 달려있다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테마형 ETF가 주춤한 가운데 '신생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커버드콜 ETF의 판매 구도는 그간 고착화된 운용사 업계 순위 판도까지 뒤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커버드콜 ETF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삼성자산운용의 업계 1위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최대 관심은 삼성자산운용의 ETF 점유율 ‘39%’가 언제 깨지느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삼성자산운용 ETF 순자산총액은 55조4099억원으로 전체 ETF 시장 점유율 1위(39.23%)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002년 이후 줄곧 ETF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맹추격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의 점유율 격차는 3%포인트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점유율 39%는 삼성운 용이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통한다”라며 ”커버드콜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6월이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라고 말했다.
그간 ETF 시장에서 '인재의 요람' 역할을 했던 삼성자산운용이 경쟁사 인력을 발탁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ETF 전략 담당 부서에 미래에셋운용 출신 실무자급 인력을 영입한 것이다. 그만큼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란 평가다. 이전에는 ETF 구성이 천편일률적이라 수수료 정도가 경쟁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상품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가 핵심이 되며 벌어진 상황으로 해석된다.
중위권 경쟁도 치열하다. 3~4위권에선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이 올해 1조원 넘게 순자산을 늘리며 7위에서 5위권으로 발돋움 하는 등 업계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안정적인 수익에 무위험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라며 “아직 국내에선 해당 상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결국 다양한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개발로 경쟁이 옮겨 붙으면서 인력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