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그룹 '서브컬쳐·콘솔 게임 개발사'로 좁혀
해외 기관에 '서브컬쳐 게임' 성장성 증명 과제
"지수 편입 가능성…수급이 상장 흥행 좌우할 것"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게임 개발사인 시프트업이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제출하며 기업공개(IPO)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 시가총액 약 3조원, 공모 규모 최대 4350억원으로, 올 상반기 마지막 대어 공모주로 손꼽힌다.
시프트업이 내세운 '서브컬처 장르'에 대한 해외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의 이해도를 제고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꼽히고 있다. 또한 게업 업종 특성상 단기 투기를 위한 자금 유입이 될 확률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프트업은 최근 금융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공모절차에 돌입했다. 16일 상장 예심을 통과한 뒤 상반기 내 공모 완료를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JP모간, NH투자증권이며 신한투자증권이 인수회사로 포함됐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시프트업의 공모 주식수는 총 725만주다. 공모 규모는 공모 희망가 범위(4만7000원~6만원) 최상단가 기준 4350억원 수준이다. 내달 3일부터 13일까지 국내외 기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며 18일부터 이틀간 청약을 추진한다.
시프트업은 밸류에이션을 위해 일본기업 3곳을 피어그룹으로 선정했다. 엔터테인먼트 복합기업인 스퀘어에닉스(Square Enix Holdings), 게임개발사 사이게임즈의 모회사인 사이버에이전트(Cyberagent),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기업 카도카와(KADOKAWA) 등이 포함됐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30~40배 수준이다. 이를 평균낸 값(39.25배)을 시프트업의 순이익에 적용하면 주당 평가가액은 7만421원으로 책정된다. 이에 할인율 14.8~33.26%를 적용, 희망공모가액 밴드를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
피어그룹 기업들 모두 콘솔게임이나 서브컬쳐 게임 개발 이력이 있다. 시프트업은 선정기준에 '2023년 기준 Top 20 콘솔게임 혹은 Top 10 서브컬처 게임 개발 이력이 있는 기업'을 기재, 세분화했다. 이로 인해 게임 개발사를 자회사로 보유 중인 넥슨 재팬(28.79배)이나 국내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20.54배) 등은 피어그룹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시프트업은 설립 이래 '데스티니 차일드', '승리의여신:니케', '스텔라 블레이드' 등 3개의 자체 개발 게임을 발매했다. 모두 서브컬쳐 게임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간 서브컬쳐 장르 게임의 매출은 국내에서도 크게 성장세를 보여왔다. 가령 '우마무스메'나 '승리의여신:니케' 등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증권가에서도 국내에서 서브컬쳐는 메인으로 올라서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매출 신장이 가능한 이유로는, 캐릭터와 세계관 등에 몰입하는 두터운 팬층이 상당한 수준의 과금을 한다는 점이 거론된다.
시프트업도 증권신고서를 통해 과금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되는 MMORPG와 달리 서브컬쳐 게임은 서사 중심의 수익화 모델을 통해 유저 수 우상향이 가능하고 게임 간 경쟁관계가 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시프트업은 '승리의여신:니케'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65.9%로 올랐다. 매출과 영업이익 또한 1년 만에 155%, 508% 증가했다. 차기작 콘솔 액션 게임인 '스텔라 블레이드'의 실적이 다음 분기에 추가로 반영될 부분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쳐 장르 게임은 팬덤 층이 매우 두텁기 때문에 높은 매출을 꾸준히 올릴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거론된다"라며 "피어그룹으로 선정한 기업들도 비슷한 유형의 게임을 개발하는 곳들이고 PER도 높은 편이어서 시프트업 입장에선 피어그룹 선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했을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기관들을 대상으로 서브컬쳐 게임의 성장성을 증명하는 것이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브컬쳐 게임 시장이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시프트업은 해외 기관 네트워크가 있는 JP모간을 주관사단에 포함시킨 상태다. 주관사단에 포함된 국내 증권사들도 특정 부서를 통해 해외 기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설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상장 흥행을 가늠하는 것은 '락업'(의무보유)이 되고 있다.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롱온리(Only) 전략 펀드들이 공모에 다수 참여해야 상장 이후 주가가 안정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임 업종 특성상 실적이 단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현재 출시된 '스텔라 블레이드' 이후 최소 2년간은 신작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단기 투자 수요가 있는 헤지펀드들이 주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발사이긴 하지만 국내 게임사에 비하면 목표하는 시가총액 수준이 높은 편이라서 외국계 롱온리 펀드가 관심을 보일지 의문이다"라며 "공모주는 수급이 중요한데 락업이 적고 헤지펀드가 수급의 대부분이라면 개인투자자가 열광하지 않는 이상 기대 이상의 흥행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