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해결사' 메리츠증권의 다음 타깃은 어디?
입력 2024.05.24 07:00
    관계보다 수익성에만 집중하는 영업전략
    자금 급할 때 움직여 최고의 조건 얻어내
    한미 오너 일가, 세금 급한데 거래는 빈손
    FI 회수 고민하는 신세계·교보생명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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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메리츠증권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펴는 금융사다. 목표한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면 다소간의 부담은 감수하기 때문에 돈이 급한 곳의 지원자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상속세 부담과 오너 일가의 갈등이 이어지는 한미약품그룹, 재무적투자자(FI)와의 절충점을 찾아야 할 수 있는 신세계그룹과 교보생명 등도 메리츠증권의 잠재적인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주무대는 부동산이었는데 시장 침체 이후 대기업과 오너 일가 관련 거래에서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경쟁사와 달리 영업담당(RM) 조직에 힘을 싣지 않으니 자금 수요자와의 관계에도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대형 금융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거래라도 빡빡한 조건을 앞세워 참여한다. 돈이 급한 곳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면서도 가장 나중에 찾고 싶은 금융사로 꼽힌다.

      롯데건설 지원이 대표적이다. 작년 1월 유동성 위기의 롯데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고금리' 부담에 관계를 이어가는 데는 실패했지만 회사와 담당 임직원 모두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이 외에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이나 최규옥 전 오스템임플란트 회장 등은 메리츠증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수요자가 가장 급할 때 움직여 가장 좋은 자금 집행 조건을 따내는 전략을 편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 크레딧펀드처럼 기업의 가치나 신뢰도보다 높은 금리와 담보에 더 집중한다. 시장에서 화제가 되거나 대규모 자금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메리츠증권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메리츠증권은 11번가 등 SK그룹 관련 거래에서도 ‘지급보증’을 요구하며 투자 기회를 살폈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한미약품그룹, 신세계그룹, 교보생명 등에도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는 상속세 부담에 작년부터 투자자 유치, 경영권 매각 등 다양한 수를 검토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최근 일가의 갈등이 다시 표출되며 뜻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가의 ‘말 바꾸기’에 덴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우군으로 나설지 미지수다. 과세당국이 납세를 독려하면 오너 일가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종국엔 메리츠증권이 등판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여러 PEF들이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를 접촉했는데 메리츠증권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다만 오너 일가의 주식 대부분이 담보로 잡혀 있기 때문에 메리츠증권이 나서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메리츠증권과 손을 잡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건설사발 유동성 부담이 커진 이후 롯데그룹처럼 메리츠증권의 도움을 받지 않겠냐는 시선이 있었다. 최근엔 건설보다 쓱닷컴이 더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쓱닷컴 재무적투자자(FI)와 풋옵션의 유효성을 두고 공방 중인데 결과에 따라 목돈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고 자산 매각에도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소요가 생기면 금융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교보생명도 메리츠증권의 잠재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들은 수년 째 투자회수 방안을 두고 지루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르면 다음 분기 중 2차 중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서 확정 판정이 나면 신 회장과 FI 모두 의사 결정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신창재 회장이 중재 전 합의를 위해 PEF나 대형 증권사를 접촉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