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당근'에 치이는 '직방'…커지는 투자자 회수 고민
입력 2024.05.28 07:00
    직방, 2년 만에 적자 약 5배 가까이 커져
    업황 둔화 별개로 당근과 경쟁 격화 분석
    미국판 당근 성장 배경 부동산·중고차 시장
    캡스톤·IMM인베 등 투자자들 회수 고민 커져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중개 플랫폼 기업 '직방'의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원인을 두고 업황 둔화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란 분석이 많았지만, 벤처투자(VC) 업계에선 최근 '당근(구 당근마켓)'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부동산 거래자들이 수수료 등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비교적 부담이 덜한 당근을 이용하기 시작한 게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캡스톤파트너스와 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등 직방 투자자들의 회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직방은 지난해 연결기준 약 4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82억원, 2022년 371억원에 이어 최근 3년간 적자폭을 키워가고 있는 셈이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023년 말 기준 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50억원 이상 줄었다. 업계에선 직방의 런웨이(스타트업이 현재 자금으로 자생할 수 있는 수명)를 2년 남짓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초 직방의 적자를 두고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 따른 '거래절벽'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는 기업인데, 업황 둔화로 거래량 자체가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광고 수익도 줄어들었단 설명이다. 때문에 업황이 되살아나면 다시금 실적도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최근 VC업계에서는 직방의 실적이 악화한 원인 중 하나로 당근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어났다. 당근이 부동산 중개업 진출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최근 중개 수수료(복비)를 아끼려는 개인들이 당근을 통해 직거래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당근에는 수백 건의 부동산 매물이 올라와있다.

      당근은 최근 부동산 분야의 프로젝트 매니저(PM)를 채용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신사업 진출을 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근은 부동산 카테고리 강화를 위함일 뿐 별도의 사업 확장은 아니란 설명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미국판 당근인 넥스트도어의 성공 사례를 보면 처음에 지역 기반 중고거래에서 시작해 부동산과 중고차 시장까지 진출했다"며 "당근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당근이 부동산 중개업을 통해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는 아니다. '주변동네 거래'라는 당근의 정체성상 부동산 시장 진출에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다만 당근을 통해 부동산 거래를 하는 개인들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직방의 본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거란 분석이다. 직방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인 공인중개사들의 매물 광고 역시 당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적이 내리막길을 탐에 따라 직방 투자자들의 회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직방의 초기 투자자 중 하나인 캡스톤파트너스는 지난 3월 만기 예정이던 '캡스톤 4호 성장사다리투자조합'의 청산을 1년 연장했다. 600억원 규모로 조성된 해당 펀드의 주요 포트폴리오 중 하나가 직방인데, 당장 회수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직방 회수(엑시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에선 1년 내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추가로 투자를 유치하기엔 대외 환경이 녹록치 않고, 세컨더리 매물로서의 가치도 현재 업황을 고려할 때 낮다는 평가다.

      당장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수 있는 여력도 없다. 직방은 지난 2022년 산업은행과 IMM인베스트먼트, 하나증권 등으로부터 총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했는데, 당시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직방의 기업가치를 1조원 미만으로 추산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50%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는 IPO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웠던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단 평가도 있다. 직방은 2018년 부동산 정보 제공기업 호갱노노, 2019년 셰어하우스 플랫폼 셰어하우스우주, 상업용 부동산 정보 플랫폼 슈가힐 등을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한 자회자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회사의 대여금 지출만 늘었다. 2020년 105억원에 불과했던 종속기업에 대한 대여금은 지난해 말 852억원까지 증가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직방이 인수한 물건들의 실적이 기대했던 만큼의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당근과의 비즈니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직방 투자자들의 회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