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엑손모빌과 파이어니어 메가딜 조건부 승인
다만 승인에는 EC에 준하는 조건 내걸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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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M&A(인수합병)에 대한 반독점 기조가 다소 약해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조건부 승인을 낸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이 구체적으로 윤곽을 보여야 최종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측도 화물 부문 경쟁 제한 등 여전히 우려가 남아있어 조건으로 EC에 준하는 강한 시정조치를 추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8월 내외로 EC측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최종 승인 결론이 날 예정이다. EC의 최종 승인 이후, 미국은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가 없기 때문에 법무부(DOJ)가 2~3개월 후 내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승인으로 간주된다.
미국 정부의 입장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미 정부의 반독점 기조가 뚜렸했지만, 최근에는 다소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미국의 석유 공룡 기업 엑손모빌과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의 '메가 M&A’에 조건부 승인을 낸 사례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읽힌다는 분석이다.
이달 초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스콧 셰필드 전 최고경영자(CEO)를 이사회에 합류시키지 않는 조건으로 엑손모빌의 파이어니어 인수를 막지 않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다수의 외신이 보도했다. 엑손모빌과 FTC 양측이 조건에 대해 합의를 마치면 조만간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다. 엑손은 지난해 10월 파이어니어를 600억 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엑손이 1990년대 후반 모빌과 합병한 이래 최대 규모의 석유 및 가스 거래였다.
이러한 기조가 해외 항공 합병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올해 초엔 미 연방법원이 제트블루 항공이 38억달러(약 5조1200억원)에 스피릿 항공을 인수하려는 행보에 제동을 거는 등 공고한 반독점 분위기가 감지됐다. 앞서 지난해 5월 미국 언론 폴리티코는 DOJ가 여객과 화물 사업 경쟁 제한을 이유로 대한한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DOJ 기조가 좀 바뀐 점과 EC에서 워낙 깊숙이 살펴 본 점으로 인해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기도 하다”며 “다만 EC가 상당히 까다로웠던 것만큼 미국도 특히 화물쪽 경쟁제한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미국도 EC측에 준하는 시정요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아직 완전히 (결과를)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가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미국 측의 승인이 거의 끝난 것으로 보고 있고,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국내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 경영진이 미국에서의 합병 검토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이제야 확률이 ‘반반’이 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평도 많다. 추후 미국 측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DOJ가 EC가 제기한 조건에 준하는 강한 시정조치를 제시하고, 대한항공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이번 합병 건을 통해서 주요 경쟁자인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하는 것이 ‘제 1목표’이기 때문에 해외 당국의 어떠한 요구라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LCC 에 화물이나 해외 노선을 넘긴다 해도, LCC가 아시아나항공만큼의 경쟁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대한항공 측이 ‘넘긴’ 만큼의 경쟁력까지 다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측은 "미국의 경우 상반기 안으로 필요 절차를 마칠 예정이고, 경쟁 제한성 완화방안에 지속적으로 협의중이다”고 밝혔다.
EC측 최종 승인은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매각 절차가 의미있는 단계에 도달해야 가시화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매각은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에어프레미아가 FI(재무적투자자)와 함께 본입찰에 참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화물기 사업 본입찰 결과는 5월중으로 결과가 나올것으로 예상됐으나 순연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시아나 화물 인수전이 사실상 사모펀드 각축전이 된 가운데 올해 내 유효한 계약서를 체결하고 국토교통부와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대한항공이 계획한 합병 작업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내로 화물 매각과 EC측의 최종 승인이 이뤄지고, 미국 정부의 소송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대한항공은 CI(기업 이미지) 등 합병 작업을 진행하고 2026년에 통합 브랜드를 출범할 계획이다.
대통령이 양사 합병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정부도 양사의 최종 합병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은 제18회 민생토론회에서 "두 기업이 하나의 거대 항공사가 되면서 국민들이 적립 마일리지가 깎이거나 요금이 오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잘 듣고 있다"며 "마일리지·요금을 비롯해 서비스 품질이 독과점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히 관리하고 새로 탄생한 대형 항공사가 시장을 독점 않도록 LCC를 적극 육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