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재협상 사안 아냐"…로펌 통해 대응 논리 마련 중
오세훈 서울 시장은 2021년에도 "105층 원안 고수해라"란 입장
신사옥 사업 표류하자 현대차, 비싼 값에도 강남 오피스 사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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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강남 오피스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들썩이던 오피스 시세ㆍ임대 시세를 현대차가 밀어 올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와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GBC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게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사옥은 착공도 못하고 있는데 일단 계열사의 강남행이 시작된 까닭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자문을 맡고 있는 복수의 대형 로펌이 GBC와 관련해 서울시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분주히 논의 중이다. 현대차는 55층 2개 동으로 짓겠다 하고, 서울시는 원안대로 105층으로 재협상하라는 입장인데, 서울시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 신사옥 GBC를 둘러싸고 양측은 앞서부터 이견이 있었는데 신경전이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와 합의되지 않은 GBC 조감도를 공개해 서울시의 반발을 샀다. 디자인 변경은 재협상 사인이 아니라는 게 현대차그룹 입장이다. 관련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와 시각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생각해 조감도 공개를 강행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GBC 설계안을 바꾸고 싶을 상황이다. 2014년 당시 105층 타워를 짓는데 추산된 총사업비는 땅값(10조5500억원)을 포함해 총 14조85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수년 사이 공사비가 급등, 필요한 자금이 크게 늘었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며 공사 기간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GBC 개발 사업을 재검토했다. 최고층 건물이란 상징성에 들어갈 조 단위 비용을 아껴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처음 GBC 사업을 구상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당시와는 회사의 이해관계가 다를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GBC가 서울시의 랜드마크가 될 예정이었던 만큼 정치적 문제가 엮일 수밖에 없다는 게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를 염두에 두고 현대차가 2006년 시동을 건 110층 규모의 GBC 프로젝트를 위해 성수동 뚝섬 부지의 용도를 상업지구로 변경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왔다. 이러니 지난 2021년에도 현대차에 원안을 고수하라는 입장을 보였는데 현재까지 55층 변경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현대차와 각을 세우고 있다.
GBC 사업이 표류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의도치 않게 강남 '큰손'이 됐다. 강남 이전을 준비 중인 가운데 사옥 착공이 늦어지며,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일단 강남 오피스를 매입해 입주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제네시스사업본부와 글로벌 관리사업본부 등 주요 사업본부가 작년에 이전한 강남역 스케일타워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지분 50%를 평당 5400만원에 인수하면서 서울 오피스 시장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테헤란로에 위치한 위워크 타워에도 입주를 결정했다.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화재 사옥 '더에셋'의 전략적 투자자(SI)로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기 진행되며 신규 채용이 늘어나고 있어 강남 오피스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GBC 사업이 오리무중인 까닭에 현대차그룹이 강남 오피스 시장의 큰 손이 됐다"라며 "고금리로 자금조달을 겪는 운용사들로서는 현대차가 오피스를 사주거나 임대하는 최대 물주가 된 상황"이라고 논평했다.